시인 신경림(오른쪽)과 다니카와 ����타로가 2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대시집 출간을 기념하며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있다. 연합뉴스
시인 신경림(오른쪽)과 다니카와 ����타로가 2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대시집 출간을 기념하며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가까운 이웃과 시를 쓴 것은 처음입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친근감도 있고 공통점도 많기 때문에 대시(對詩)를 쓰면서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다니카와 슌타로)

“저는 대시라는 건 처음 써봤어요. 우리와 일본은 여러 가지로 복잡한 관계가 많은데 서로 시를 쓰며 뜻밖에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고 기뻤죠.” (신경림)

신경림 시인(80)과 일본의 다니카와 슌타로(84) 시인은 양국에서 각각 ‘국민시인’으로 불린다. 두 원로 시인은 최근 서로 주고받은 대시를 엮은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예담)를 냈다. 다니카와 시인의 시를 번역한 사과에 대한 고집(비채)도 지난 22일 출간됐다. 세계 책의 날인 23일 방한한 다니카와 시인은 신경림 시인과 다시 얼굴을 맞대며 시와 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낮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와 저녁에 서울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시(詩) 콘서트에서였다.

두 시인은 살아온 배경은 다르지만 나이와 체구 모두 비슷하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다니카와 시인은 “일본 정치가나 경제인과 이야기하는 것보다 다른 나라 시인과 이야기하는 게 더 즐겁다”며 “신 시인을 처음 만났을 때도 마음이 통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 시인도 “일본 시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그와의 대시 제안을 받았을 때 망설이면서도 수락한 것은 제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일본 시인이기 때문”이라고 치켜세웠다.

한·일 관계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두 시인이 책을 냈다는 사실은 양국에서 화제가 됐다. 다니카와 시인은 “한·일 관계가 복잡한 가운데 시인들이 서로 소통한다는 점에 사람들이 감명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시인은 “시인들이 막혀 있는 한·일 관계의 숨통을 틔웠다는 평가와 함께 이 시집으로 다니카와 선생의 시에 친근감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책의 의미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다니카와 시인은 “일본에서도 아이들이 점점 책을 읽지 않아 여러 독서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며 “책뿐만 아니라 자연과 관련한 지식과 지혜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 시인은 “젊은 세대는 책이 없던 시절을 겪지 못해 책의 귀중함을 잘 모른다”며 “그래서 독서 운동이나 도서관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