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킹메이커로 나선 美 석유재벌 '코크 형제'
미국 공화당의 ‘돈줄’인 석유재벌 찰스 코크(80·사진 왼쪽)·데이비드 코크(75·오른쪽) 형제가 2016년 미 대선에서 ‘킹메이커’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자 공화당의 ‘대선 잠룡’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코크 형제는 정유업체 코크인더스트리의 공동 소유주로 각각 429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해 포브스 선정 2015년 세계 부호 공동 6위에 올랐다. 형 찰스는 코크인더스트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동생 데이비드는 부사장을 맡고 있다.

코크 회장은 22일(현지시간)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뽑힐 가능성이 큰 후보 5명에게 정치자금을 집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USA투데이는 코크 형제가 공화당의 대선 경선에 사실상 직접 개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코크 회장은 20명에 이르는 잠룡 가운데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테드 크루즈(텍사스), 랜드 폴(켄터키),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등 5명에 대해 “올바른 메시지를 바탕으로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될 좋은 기회를 잡은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코크 형제가 워커 지사를 지지한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코크 형제의 지원을 받는 후보와 그렇지 못한 후보 간 명암이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앞으로 2년간 총 9억달러를 정치자금으로 쏟겠다면서, 이 가운데 3억달러를 2016년 대선에 쓰겠다고 밝혔다. 공화당전국위원회가 2012년 대선에서 사용한 자금이 4억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크 형제의 정치자금은 경선의 판세를 좌우할 수 있는 규모다. 코크 회장은 “우리의 지원을 받으려면 어떤 정책이 미국에 득이 되는지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지침을 제시했다.

한편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가 다음달 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CNN방송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피오리나를 1순위로 지지하는 공화당원은 2%에 불과했다. 하지만 공화당의 유일한 여성 후보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고 WSJ는 평가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