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빈폴 ‘딜라이트 리넨’ 제품들.
제일모직 빈폴 ‘딜라이트 리넨’ 제품들.
제일모직이 ‘토종 브랜드 1위’(매출 기준) 빈폴을 앞세워 세계적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 아마식물의 줄기 추출물로 짠 섬유인 리넨 제품으로 격돌하고 있다. 리넨은 흡수·통기성이 우수하고, 촉감이 부드러워 봄·여름 셔츠용으로 최근 인기가 급상승 중인 소재다.

제일모직 빈폴은 18개월의 연구개발을 거쳐 지난 17일 ‘딜라이트 리넨’을 출시했다. 구김이 심한 기존 리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천연 리넨과 폴리에스테르를 혼방, 기능성을 강화한 제품이다.

이 소재는 물빨래가 가능한 신개념 리넨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신권식 제일모직 상무는 “기존 리넨 제품은 물빨래가 어려운 게 단점”이라며 “요즘 소비자들은 고급스러우면서 편안한 소재를 선호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제일모직의 이번 딜라이트 리넨 출시는 유니클로가 ‘리넨컬렉션’을 내놓은 지 딱 한 달 만이다. 유니클로는 지난달 17일 프랑스·벨기에산 리넨 소재 제품을 출시한 뒤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리넨 셔츠, 리넨 코튼 재킷, 리넨 블렌드 카디건, 모달 리넨 티셔츠 등이 주력제품이다.

유니클로 리넨 셔츠
유니클로 리넨 셔츠
제일모직·유니클로 외에도 국내외 의류회사들은 앞다퉈 리넨 제품을 내놓고 있다. 8조원대인 국내 캐주얼 의류 시장의 주력 제품은 대부분 리넨 소재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영진 삼성패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이 갈수록 부드럽고 편안한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며 “캐주얼 의류 시장에서 리넨 같은 천연 소재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의류업계에서는 제일모직이 리넨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는 유니클로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니클로는 일본의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로 국내 의류 시장에서 8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최대 브랜드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3월에도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통해 기능성 속옷 ‘원더아이스’를 출시, 유니클로의 ‘에어리즘’과 한판 승부를 벌였다.

이에 따라 빈폴과 유니클로의 격돌에 의류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제일모직은 기능이 강화된 신소재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제일모직 딜라이트 리넨과 유니클로 리넨컬렉션의 주 소재는 모두 프랑스산 천연 리넨이다.

유니클로는 100% 리넨만 사용했고, 빈폴은 폴리에스테르를40% 섞었다. 잘 구겨지고 물에 약한 리넨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남성용 피케셔츠, 바지, 외투 등 36종으로 출시된 딜라이트 리넨의 시장 반응은 일단 순조롭다. ‘네이비 리넨 혼방 투버튼 재킷’은 43만8000원이라는 만만찮은 가격에도 초도 물량이 모두 팔려나갔다. 빈폴은 다음달 초순 딜라이트 리넨 제품군을 리넨 원피스 등 여성복으로 확장한다.

유니클로는 남녀 공용 리넨컬렉션을 밀고 있다. 천연 리넨 소재에 줄무늬, 격자무늬 등 다양한 문양을 적용한 ‘프리미엄 리넨 셔츠(3만9900원)’ 등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