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170 돌파, 코스닥 700 붕괴…증시, 대형주로 중심이동?
반짝이는 모든 것이 금은 아니었다. 코스닥시장이 연일 큰 폭으로 출렁이며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 작업에 들어갔다. 코스닥지수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외면 속에 5거래일 만에 700선이 무너졌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3년9개월 만에 2170선을 뚫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단기 재료에 민감한 코스닥 중소형주에서 실적이 뒷받침되는 코스피 대형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生死 엇갈린 코스닥

23일 코스닥지수는 10.86포인트(1.54%) 하락한 692.48에 마감했다. 장중 685.99까지 빠지는 등 전날에 이어 크게 요동쳤다. 시장이 연일 출렁이면서 ‘충격’을 이겨낸 종목과 연속 급락의 ‘늪’에 빠진 종목이 선명하게 갈리는 모양새다.

이번 롤러코스터 장세에서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가짜 백수오’ 논란에 휩싸이며 코스닥시장 불안을 촉발했던 내츄럴엔도텍은 이틀째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쎌바이오텍(-4.89%), 차바이오텍(-4.31%), 코미팜(-8.41%), 동국제약(-5.41%), 인바디(-6.09%) 등 주요 바이오·헬스케어·제약관련주가 연일 큰폭으로 하락했다. KG모빌리언스(-8.47%), 콜마비엔에이치(-2.33%)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도 싸늘했다.

반면 전날 코스닥지수 폭락의 충격에도 꿋꿋했던 종목 중에선 오름세를 지속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주로 비(非)바이오 업종에 속한 종목들이 해당된다. 반도체 장비업체 리노공업은 이날 5.03% 상승해 사흘째 상승세를 탔다. 엔터주 키이스트는 전날 7.63% 뛴 데 이어 이날도 1.45% 올랐다. 액토즈소프트(게임), 이베스트투자증권(증권) 서울반도체(IT)도 하락장에서 빛났다.

상승세가 꺾인 코스닥지수와 달리 코스피지수는 순항을 이어갔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29.52포인트(1.38%) 급등한 2173.41에 마감했다. 2011년 8월1일(2173.28) 이후 처음으로 2170선을 넘었다. ‘큰손’인 외국인(4485억원)과 기관(298억원)이 ‘쌍끌이’ 순매수에 나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LG전자(4.56%), 삼성생명(4.10%), 기아차(3.99%) 등 대형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시장은 기관과 외국인이 2주 전부터 차익실현에 나선 반면 유가증권시장엔 외국인 자금이 계속 흘러들고 있다”며 “전날 코스닥시장이 장중 급락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탓에 실적이 뒷받침된 코스피 대형주로 매수세가 쏠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적장 변곡점?

코스닥시장이 이틀 연속 비교적 큰 폭의 조정을 받았지만 실적 개선 기대가 큰 종목은 하락장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레이저 응용장비 제조업체 이오테크닉스는 11.99% 급등한 11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 평균)는 157억원으로 직전인 작년 4분기보다 73% 급증한 것으로 추정됐다. 1분기에 좋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 세코닉스와 한글과컴퓨터도 각각 3.8%와 0.78% 올랐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기대만으로 상승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성장 기대에서 실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겨가는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김동욱/심은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