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채권단에 경남기업 대출 압박"
감사원은 2013년 10월~2014년 2월 경남기업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이 신한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3일 발표했다. 워크아웃 대상 기업에 대한 출자전환 추가대출 등의 지원은 채권금융기관으로 구성된 협의회에서 자율적으로 심의·의결하도록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명시돼 있는데 금감원이 이를 어기고 채권단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금감원에 대해 감사원법에 규정된 조치(시정, 권고, 통보, 주의) 중 가장 강도 높은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실무자였던 금감원 기업경영개선국 팀장에 대해서는 문책을 요구했다.

◆채권단 결정에 부당하게 개입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금감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금감원은 채권단의 결정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10월 경남기업은 세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수출입은행, 신한은행, 산업은행 등 채권단 자율 사안인데도 금감원이 채권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경남기업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채권단은 결국 지난해 3월 1000억원의 출자전환을 포함해 총 63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추가로 투입했다. 그러나 경남기업이 올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채권 은행들은 기존 자금까지 합쳐 약 1조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촉법에 따른 금감원의 권한은 ‘채권 상환을 유예하라’고 채권단에 요청할 수 있는 정도이고, 개별 금융회사의 의사 결정 과정엔 관여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채권단 내 이견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는 등 금융감독기관의 관여를 명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주주에 대한 특혜 압박도

금감원이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등 대주주의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한 정황도 드러났다. 채권단이 출자전환에 앞서 부실 책임이 있는 대주주에 무상감자를 추진하자 금감원이 나서 ‘대주주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채권단을 압박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지난해 1월21일 열린 채권단협의회에서 다수의 채권금융기관은 “부실 책임이 있는 대주주의 무상감자 없는 출자전환은 구조조정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지만, 당시 금감원 담당 국장이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담당 국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경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하도급 업체 도산에 대한 우려가 있어 채권 금융사들을 설득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담당 국장이 올해 초 퇴임해 별도의 문책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최수현 전 금감원장 등 ‘윗선’의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이번 감사는 금감원 직원을 중심으로 범죄 혐의와 관련된 부분을 확인한 것으로 특정인에 대한 조사 여부는 진행 중인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말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금감원에 대한 이번 감사 결과는 향후 채권단 주도의 기업구조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일부 은행이 채권 회수에만 집착할 경우 살릴 수 있는 기업을 살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동휘/김일규/김대훈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