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 ‘역(逆)조공’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조공’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종속국이 종주국에 때를 맞춰 예물을 바치던 일 또는 그 예물’이다. 연예계에선 팬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 중인 스타 또는 제작진에 간단한 간식이나 도시락 등을 자발적으로 선물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방송가에선 조공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제작진과 배우가 팬들에게 선물을 주고, 시청자를 위한 행사를 따로 기획한다. 그야말로 역조공이다. 드라마와 시청자 간 쌍방향 소통이 확산되는 방향으로 드라마 홍보가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종영한 MBC 드라마 ‘킬미 힐미’는 지난 1월 드라마 최초로 배우와 시청자가 직접 만나는 팬미팅 장면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온라인 포털사이트와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모바일 등으로 생중계한 팬미팅에는 시청자 대표 20명과 주연 배우 3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는 팬들의 손을 직접 잡아주고, 생중계를 보고 있는 시청자에게도 ‘사랑의 하트’를 날렸다. 평일 오후 3시에 중계됐음에도 이날 팬미팅은 13만명이나 시청했다. 행사를 기획한 MBC 관계자는 “워낙 반응이 좋은 드라마였지만, 팬미팅 성공 여부는 50 대 50이었다”며 “시청자들이 예상외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실시간 반응을 통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생각을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홍보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MBC는 이어 고려시대 저주받은 황자와 버려진 공주가 궁궐 안에서 펼치는 로맨스를 담은 월화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도 온라인 팬미팅을 열었다. 장혁 등 출연 배우가 자신의 토정비결을 공개하는 등 팬들과 사적인 얘기도 나눴다.

MBC는 최근 현실감 있는 이야기로 인기를 얻고 있는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에서 ‘SNS 이벤트’를 펼쳤다. 방송사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시청자에게 ‘배우 인터뷰’를 맡기는 행사다. 시청자들이 배우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 이를 배우에게 직접 전달해 실제 인터뷰 기사로 발표하는 방식이었다. 배우들은 기발하고 참신한 시청자의 질문에 호기심을 나타내며 인터뷰에 적극 참여했다는 전언이다. 또 추첨을 통해 배우들이 실제 극중에서 사용할 다양한 간접광고(PPL) 제품을 시청자에게 선물로 증정했다.

역조공 홍보 방식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시간을 많이 쓰면서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은 10%를 넘기 어려워졌다. 광고주들이 시청률뿐 아니라 시청자 계층을 주목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구매력 있는 젊은 시청자가 선호하는 프로그램에 광고를 더 준다는 것이다.

정덕현 방송 평론가는 “이제 드라마를 띄우려면 팬들을 기다리기보다 찾아가야 한다”며 “드라마 홍보는 핵심 팬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내는 게 좋기 때문에 역조공 방식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통이 중요한 시대에 드라마 홍보도 ‘소통의 홍보’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