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등에 타고 카지랑가 공원을 도는 사파리 투어. 코끼리에 탄 관광객들이 코뿔소를 구경하고 있다.
코끼리 등에 타고 카지랑가 공원을 도는 사파리 투어. 코끼리에 탄 관광객들이 코뿔소를 구경하고 있다.
인도 북동부 아삼 지방의 주도인 구와하티(Guwahati)는 때 묻지 않은 인도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다. 지도를 보면 인도 북쪽 오른편에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있는 아삼 지역은 부탄,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과 인접해 있다. 명품 차(茶)인 아삼티 생산지로 유명한 아삼 지역은 인도 최대의 차 산지이자 산림 휴양지인 다르질링(Darjeeling)을 비롯해 카지랑가(Kaziranga) 국립공원 등 다양한 명소가 있다. 이 지역은 혼잡하고 무질서한, 외국인을 상대로 지나치게 상업화된 인도의 대표 도시인 델리와는 전혀 다르다. 아삼 지방은 은둔의 땅이다.

아삼주로 가는 길

아삼 여행은 인도 북부 상업 도시인 델리에서 시작한다. ‘델리 공항’이라 불리는 인디라간디국제공항에서 국내선을 이용해 2시간가량 아삼 지방의 주도인 구와하티로 이동한다. 아삼은 ‘푸른 언덕의 땅’ ‘푸른 계곡’이라는 뜻이다. 구와하티는 브라흐마푸트라(Brahmaputra)강을 옆에 두고 영욕을 함께한 도시다. 중국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한 브라흐마푸트라강은 카지랑가 국립공원을 포함한 아삼주를 통과해 갠지스강과 합류한다. 강은 아삼 지방에 터 잡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비옥한 대지를 줬고 코끼리 등 야생동물이 번성하도록 했다.

아삼 지역 사람들은 델리 주민과 생김새가 다를뿐더러 훨씬 순박하고 정감 있다. 외국인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사람이 많은 델리에서 지친 영혼이 이곳에서 위로받는다. 아삼의 구와하티는 북동부로 가기 위한 관문 도시이자 교통의 요충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롱가리 비후 페스티벌에서 굼루그 부족 여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롱가리 비후 페스티벌에서 굼루그 부족 여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삼 최대 명절 롱가리 비후 페스티벌

매년 4월 초에 열리는 아삼주 최대의 명절 ‘롱가리 비후(Rongali Bihu)’는 힌두력으로 새해를 기념하며 쌀을 비롯한 작물을 파종하는 봄 축제다. 롱가리 비후는 열흘 동안 지속되는데 3일간은 구와하티에서 축제가 벌어진다. 이 기간에 아삼주를 방문하면 화려한 가무와 차밭을 감상할 수 있다. 라하, 티마, 디마사 등 수많은 부족이 각자의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베이지색과 빨간색으로 장식된 옷을 입은 아삼주의 여인들은 단체로 춤을 추고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른다. 한 명이 선창하면 나머지는 따라 부른다. 콩가리 비후(Kongali Bihu), 봉가리 비후(Bhogali Bihu) 등 또 다른 축제도 있다.

아삼주의 각 부족은 첫째날 전통춤을 선보인다. 굼루그 부족은 빨간색 옷을 입은 여인들이 나와 손을 하늘로 향한 채 춤을 춘다. 이 춤은 약 20분간 지속된다. 유럽에서 온 여행객과 어울려 춤을 추기도 한다. 디마사 부족의 경우 남자는 흰색 옷을 입고 여자는 주황색과 노란색으로 치장한 화려한 옷을 입은 채 번갈아가며 춤을 춘다. 이슬람교를 믿는 부족은 흰색 옷을 입은 남자만 나와 이슬람의 음악을 연주한다. 이날을 위해 각 부족에서 선별된 여인 등이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인다. 인도 전역에서 유명 가수나 배우들이 찾아와 환영 행사를 한다. 피부가 하얀(?) 한국인은 이곳에서 단연 눈에 띈다. 그래서일까. 주민들이 다가와 사진을 함께 찍자고 한다.

코뿔소 왕국 카지랑가 국립공원

명품차·코뿔소 공원· 순박한 인심…때묻지 않은 이곳서 영혼을 위로받다
구와하티에서 카지랑가까지는 233㎞ 떨어져 있지만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차로 5시간 정도 걸린다. 길이 험하므로 대중교통보다 현지 여행사를 이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도로를 따라 마을이 형성돼 있고 그 마을에 있는 음식점을 휴게소처럼 이용할 수 있다.

카지랑가 국립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뿔 코뿔소가 서식하는 코뿔소 왕국이다. 멸종위기의 인도산 외뿔 코뿔소 2400여마리가 살고 있다. 전 세계 코뿔소의 약 70%에 해당한다. 100여마리의 뱅골호랑이와 1200여마리의 코끼리, 800여마리의 인디아 사슴, 1900여마리에 달하는 야생 들소도 있다. 이곳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이유다.

인도 카지랑가 국립공원은 야생 동물의 천국이다. 야생 코끼리(위)와 코뿔소(아래)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인도 카지랑가 국립공원은 야생 동물의 천국이다. 야생 코끼리(위)와 코뿔소(아래)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카지랑가 국립공원은 가고 싶다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만 개방되고 그나마도 유럽 관광객이 수개월 전에 예약하는 경우가 많아서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 이곳을 방문하려면 인도정부관광청을 통해 미리 사파리와 리조트 등을 예약해야 한다. 5~8월은 우기여서 공원이 문을 열지 않고 3~4월이 카지랑가를 방문하기에 가장 좋다. 카지랑가를 돌아보는 방법은 코끼리 사파리와 지프 사파리로 나뉘는데 코끼리 사파리는 매일 오전 5시30분과 6시30분 두 차례에 걸쳐 운영되고 각 45분 정도 걸린다. 지프 사파리는 오전 7시와 오후 1시30분 프로그램으로 나뉘고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코끼리 사파리의 주된 일정은 외뿔 코뿔소 찾기다. 코끼리가 무리를 지어 가다 코뿔소를 발견하면 둘러싸고 가까이 가서 지켜본다. 인디아 사슴 등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 호랑이를 만나는 것은 무척 어렵다. 지프 사파리는 길을 따라 차가 달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쌍안경 등이 있으면 편하다. 길을 통과하는 야생 코끼리를 만나는 경우도 있다. 가족 단위 이동일 경우에는 멀리 떨어져 지켜보게 된다.

아삼주 여행정보

아삼주 구와하티는 지금 개발이 한창이다. 아직 제대로 된 호텔은 거의 없다. 시내에 들어가기 전에 있는 5성급 레디슨 블루호텔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1박에 10만원가량. 인터넷도 잘 된다. 아삼주 여행의 최적기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이며 4월부터는 차 수확 기간이어서 갓 올라온 새순으로 만든 차를 음미할 수 있다. 인도정부관광청 홈페이지(incredibleindia.org) 참조.

구와하티=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