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청각으로 만나는 치유의 길 '대모·우면산코스'
서울시 주최·한경 후원
해금연주자 강은일 단국대 교수, 시민 30여명과 둘레길 체험
양재 시민의 숲서 연주회도…"강남 한복판서 자연 즐겨요"
서울시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157㎞ 순환형 코스인 서울둘레길의 매력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17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행사의 주제는 ‘청각으로 만나는 치유의 길’. 서울시는 시민들이 바쁜 일상에서 음악을 통해 힐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해금 연주자로 유명한 강은일 단국대 교수와 함께 30여명의 시민은 서울둘레길 대모·우면산 코스를 걸었다.
대모·우면산 코스는 지하철 4호선 사당역에서 시작해 우면산을 거쳐 양재천을 지나 구룡산, 대모산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대부분 산행코스지만 험하지 않아 수월하게 걸을 수 있다.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우면산 방향으로 10분 정도 올라가니 사찰인 대성사가 눈에 띄었다. 대성사 정면으로 조성된 둘레길로 들어서니 도심 한가운데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울창한 산림이 조성돼 있었다.
강 교수와 참가자들은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환한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얘기하며 길을 걸었다. 해금 연주가 낯선 시민들은 강 교수에게 해금에 대해 궁금한 점을 잇달아 물었다. 대성사에서 20분 정도 걷자 우면산 정상에 다다랐다. 소가 잠자는 모습의 산이라는 뜻의 우면산(牛眠山) 정상에 서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강남 한복판 고층 건물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은행에서 근무하는 조준구 씨(59)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회사에 하루 휴가를 냈다”며 “강남 한복판에서 이런 광경을 볼 줄은 몰랐다”고 감탄했다.
우면산에서 우면동 방향으로 내려오니 녹색으로 뒤덮인 무성한 갈대와 풀 사이로 맑은 양재천이 흐르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서식하는 어류가 한 마리도 없을 정도로 죽은 하천이었던 양재천은 자연생태하천으로 탈바꿈했다. 어른 팔뚝보다 큰 잉어의 모습에 참가자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양재천을 지나 양재 시민의 숲에서 열린 강 교수의 해금 연주였다. 그는 참가자들을 위해 자신의 공연팀인 해금플러스를 불러 연주를 들려줬다. 해금플러스는 강 교수의 해금 연주와 함께 콘트라베이스, 기타, 피아노 등 서양 악기가 결합한 크로스오버 음악 그룹이다. 강 교수는 자신의 대표곡인 ‘해금랩소디’를 비롯해 총 네 곡의 음악을 연주했다. 그는 “서울둘레길을 걸으면서 시민들과 대화하니 오히려 힐링하고 돌아간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둘레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다음달 1일엔 세 번째로 고덕·일자산 코스에서 ‘미각으로 만나는 건강의 길’ 행사를 연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오감으로 만나는 서울둘레길’ 행사 홈페이지(event.hankyung.com)에서 신청하면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070-4423-7144, (02)360-4517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