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가 27일 스윙잉스커츠클래식에서 우승한 후 트로피 뒤에서 밝게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리디아 고가 27일 스윙잉스커츠클래식에서 우승한 후 트로피 뒤에서 밝게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살 떨리는 연장 승부. 18번홀 티박스로 가는 카트 안에서 리디아 고(18·뉴질랜드)는 밝게 웃으며 경기위원들과 농담을 주고받았다. 반면 7년 만에 우승 기회를 잡은 모건 프레슬(미국)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승부는 여기서 이미 끝났다. 성인(成人)이 된 리디아 고는 승부처에서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18번홀에서 극적인 버디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가 미국 LPGA투어 스윙잉스커츠클래식 2연패에 성공했다.

리디아 고는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레이크머세드GC(파72·6507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버디 6개와 보기 4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한 리디아 고는 프레슬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버디로 승리했다.

리디아 고의 승부사 기질은 마지막 순간 폭발했다. 이날 3타 차 4위로 출발한 리디아 고가 전반에 1타를 줄이는 사이 프레슬은 6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아내며 더 멀리 달아났다. 하지만 18번홀(파5)에서 한 방이 나왔다. 리디아 고는 2.5m 버디를 성공시키면서 기어코 8언더파 공동 선두를 만들었다.

앞조에서 들리는 환호성에 다음 조에서 아이언샷을 준비하던 프레슬의 표정이 굳어졌다. 렉시 톰슨, 폴라 크리머(이상 미국) 등 동료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연장전에 나섰지만 중압감을 떨치지 못했다. 프레슬은 연장 첫 홀에서 먼저 3m짜리 버디 기회를 잡았지만 실패했다. 결국 2차 연장에서 리디아 고가 1.5m짜리 버디 퍼트를 넣으면서 프레슬은 고개를 떨궜다.

리디아 고는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도 차분했다. 그는 “모건은 어려운 상대였지만 내 게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샷이 좋지 않았는데 생각지도 않게 우승해 기쁘다”고 담담히 말했다. 리디아 고가 왜 ‘18세 아널드 파머’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세계랭킹 1위 독주 채비

지난 25일 법적으로 성인이 된 리디아 고는 이를 우승으로 자축했다. 2월 호주오픈에 이어 시즌 2승째이자 LPGA투어 통산 7승째. 우승상금 30만달러(약 3억2000만원)를 보태 시즌상금 90만8810달러로 김세영(22·미래에셋)을 제치고 상금 부문 선두에 올랐다.

리디아 고는 “메이저대회에서 조금 더 경험을 쌓는 것이 목표”라며 “메이저대회가 이제 4개 남았는데 모두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오는 30일부터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리는 ‘볼런티어스오브아메리카 노스텍사스슛아웃’에 출전할 예정이다.

리디아 고는 이날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11.74점을 받아 2위 박인비(27·KB금융그룹)와의 격차를 1.77점으로 벌리며 독주 채비를 했다. 지난주 리디아 고와 박인비의 격차는 0.69점이었다. 스윙잉스커츠클래식에서 공동 18위에 그친 박인비는 9.97점으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보다 0.07점 앞서며 간신히 2위를 지켰다.

3라운드까지 단독 1위를 달렸던 ‘캐나다의 리디아 고’ 브룩 헨더슨(17)은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2타를 잃으며 3위에 그쳤다. 3라운드까지 1타 차 2위였던 곽민서(25·JDX멀티스포츠)도 2타를 잃고 6언더파 282타,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장하나(23·비씨카드)와 양희영(26)이 4언더파 284타로 루이스와 함께 공동 6위, 김세영(22·미래에셋)과 이미림(25·NH투자증권)은 3언더파 285타로 공동 9위에 올랐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