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거짓말은 최악의 악수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의 변명 과정에서 말 바꾸기가 속출하더니 결국 의혹의 실체가 규명되기도 전에 ‘거짓말 파문’으로 일국의 총리가 사퇴했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금품수수 관련자가 200여명이 넘는다는 보도도 나온다. 물론 관련된 사람 모두 지도급 인사일 것으로 생각한다. 수많은 변명이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들 또한 거짓말이 최악의 악수(惡手)라는 것을 알았을 터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거짓말을 하고도 살아남아 있는 건 요행일 뿐”이라는 공자의 명언이 무엇을 뜻하는지 체감했다. “진실의 수명은 영원하고 거짓말의 수명은 순간”이라는 성경 구절과 “거짓말은 십 리를 못 간다”는 우리 속담이 주는 교훈을 생생히 깨닫기도 했다.

예로부터 한국에선 망자(亡者)에 대한 존중과 동정심이 매우 강하다. 세상을 떠난 사람의 언행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도 의심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때로는 이런 망자의 유언이나 유서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악용할 때도 있다. 복수나 정략적 의도를 품고 진정성이 결여된 내용의 유서를 쓴 뒤 자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죽을 때 남긴 말이나 글이 100% 신빙성이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성 회장의 인터뷰 녹취록을 들었을 때 원망과 앙심이 짙게 자리 잡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이 같은 느낌은 어디까지나 그저 느낌일 뿐이다. 그의 폭로는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초대형 비리의혹 사건이다. 사건 관련자들은 정직만이 최선의 대응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예 특별 수사팀도 구성됐고, 박근혜 대통령도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이른 시일 내에 한 점 거짓 없는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 나아가 이 사건이 청렴한 공직 사회 건설의 전환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거짓말은 절대로 써선 안 될 최악의 수단이다. 작은 일에 거짓말을 하면 큰일에도 거짓말을 하고, 부정하게 얻은 재물은 아무 유익이 없고 정직은 생명을 구한다는 성경의 가르침도 있지 않은가. 아무리 작은 거짓말이라도 거짓말은 거짓말일 뿐이다. 이 땅의 공직사회에서 거짓말이 사라질 그날을 기다린다.

신연희 < 강남구청장 shyeon@gangnam.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