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5만弗 걸린 '외나무다리대전'…최강 승부사 가린다
‘단 한 명의 생존자를 가린다.’

세계 최정상 프로골퍼들의 생존게임이 시작된다. 30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하딩파크 TPC에서 개막하는 WGC-캐딜락 매치플레이(총상금 925만달러)는 단 한 명의 골프 최고수를 가리는 서바이벌 게임의 무대다. 세계 1, 2위가 불참해 김이 빠졌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 대회에는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2위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3위 버바 왓슨(미국)이 모두 출전해 세계 골프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드컵축구 방식 조별리그 ‘눈길’

WGC-캐딜락 매치플레이는 WGC(월드골프챔피언십)가 매년 네 차례 여는 WGC시리즈 대회 중 하나다. 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 호주투어, 일본투어, 남아프리카공화국투어, 아시안투어, 캐나다투어 등 세계 7대 투어가 매긴 세계랭킹(OWGR)에 따라 64명만이 출전할 수 있다. 그만큼 대회 권위와 팬들의 관심도가 높다.

눈여겨볼 대목은 올해 처음 도입한 조별 예선전이다. 16개 조에 선수 4명씩을 분산시켜 리그전을 치른 뒤 최저타를 친 조 1위만 16강전에 진출할 수 있게 했다. 첫 라운드부터 토너먼트 녹다운(지면 바로 탈락) 방식으로 치렀던 기존 방식을 월드컵 축구 조별 예선전 형태로 바꾼 것이다. 세계 최강자들이 초반에 탈락해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를 막자는 취지에서다. 선수 모두 최소 3게임을 보장받는다.

세계랭킹 16위까지 톱 시드 16명을 각 조에 우선 배치한 뒤 제비뽑기로 나머지 3명을 무작위로 추첨해 배치한 만큼 대결구도가 한층 다양해졌다. 16강전부터는 지면 곧바로 짐을 싸는 녹다운 방식이 그대로 적용된다.
925만弗 걸린 '외나무다리대전'…최강 승부사 가린다
○‘죽음의 조’를 탈출하라

가장 관심을 끄는 조는 단연 1조다. 세계 랭킹 1위 매킬로이와 빌리 호셸(미국), 브랜트 스네데커(미국), 제이슨 더프너(미국) 등 ‘강자’들이 몰렸다. 호셸은 지난해 페덱스컵 우승자이고, 2012 PGA투어 페덱스컵 우승자인 스네데커는 ‘퍼팅의 달인’이다. 더프너는 2013년 PGA챔피언십 우승자다. PGA닷컴은 “세계 랭킹 1위 매킬로이라도 리그전에서 살아남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치플레이는 세계 최강자들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한다. 매킬로이는 한 번도 매치플레이 챔프에 오르지 못했다. 2012년 준우승이 최고 성적.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2008년 우승이 마지막이었다. 우즈는 세계랭킹 순위에서 밀려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

대회 우승을 노리는 선수는 떠오르는 스타 조던 스피스(미국)를 한 번은 꺾어야 한다. 스피스 역시 우승으로 가는 문을 열려면 같은 조(2조)에 편성된 관록의 리 웨스트우드(영국)를 이겨야 한다. 스피스가 본선 진출에 성공할 경우 매킬로이와의 맞대결 성사도 관심거리다.

4조 역시 죽음의 조로 꼽힌다. 마스터스를 두 번 제패한 버바 왓슨과 디 오픈 챔프 루이 우스투이젠(남아공), PGA챔피언십 우승자 키건 브래들리(미국) 등 메이저 대회 우승자들이 격돌한다. 메이저 우승 경력은 없지만 미구엘 앙엘 히메네즈는 유러피언 투어 21승의 베테랑이다.

7조는 미국 선수 두 명(잭 존슨, 찰리 호프먼)이 호주의 제이슨 데이, 남아공의 브랜든 그레이스와 맞붙는 구도여서 세미 프레지던츠컵(미국 대표팀과 글로벌팀 간 골프 대항전)을 연상시킨다.

라이더 컵(미국 대표팀과 유럽 대표팀 간 골프대항전)을 미리 보는 재미를 느끼려면 13조 선수들을 주목할 만하다. 리키 파울러와 해리스 잉글리시가 미국 PGA투어 대표격이고 그레이엄 맥도웰(북아일랜드)과 셰인 로리(아일랜드)가 유러피언투어를 대표하는 모양새다. 맥도웰과 로리는 정치적 앙숙 국가 간 매치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계) 선수로는 케빈 나가 유일하게 16조에 편성됐다. 그는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등을 상대로 16강 진출을 노린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