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선제적 '기업 빅딜' 이어져야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100년 넘은 가전사업부를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에 지난해 9월 매각했다. 대신 GE는 124억유로(약 15조원)를 주고 프랑스 알스톰의 에너지사업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GE가 가전사업을 포기한 것도, 알스톰이 에너지사업을 처분한 것도 모두 ‘선택과 집중’을 위한 기업의 자발적인 결정이다. 해외에서는 기업간의 이런 빅딜이 심심찮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기업의 자발적인 ‘빅딜’은 아직 낯선 단어다. 지난해 삼성과 한화가 화학 및 방산사업의 ‘빅딜’을 발표한 것이 외환위기 이후 첫 사례다.

한국의 산업구조조정은 정부가 주도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정부는 부실채권정리기금 설립과 관련법을 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별도의 ‘공적 부실채권 정리 전담기구’를 설치해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했다. 2001년에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 시행되면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땐 자금 사정이 어려운 건설·조선업체를 대상으로 ‘대주단 협약제’가 각각 시행됐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사후적·인위적 구조조정은 부실기업 정리에 불과할 뿐 산업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에 의존하는 사업 재편의 효과도 낮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이후 46조원을 풀어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인하하면서 경기 살리기에 부응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들의 경영 여건은 좋지 않다. 상장회사 영업이익률은 5년 새 반 토막 났고 매출도 급감했다. 고비용 구조 고착화, 대립적 노사관계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엔화 약세로 경쟁력을 회복 중인 일본 기업, 셰일가스 혁신으로 재도약의 돌파구를 찾은 미국 기업들과 상반된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다시금 활력을 되찾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저성장의 덫에 빠진 산업과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사전적이고 자발적인 구조조정 통폐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단, 구조조정의 주체는 더 이상 정부가 아닌 기업이 돼야 한다. 삼성과 한화 간 빅딜에 이은 제2의 빅딜, 제3의 빅딜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박상무 < 딜로이트안진 부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