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파리지앵의 눈으로 바라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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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사회학자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16쪽 / 1만3000원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16쪽 / 1만3000원
사회학자 정수복은 ‘이방인’이다. 1980년대와 2000년대에 서울을 떠나 파리에서 지냈다. 파리에서 살 때는 프랑스어로 말하고 프랑스 글을 읽었지만 파리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서울에 돌아와선 파리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서울과 서울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했다. 서울에서 조금만 더 오래 살면 그 차이점을 느낄 수 없게 될 것 같아 쓴 책이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다.
책 속에는 정수복이 인상 깊게 봤던 서울의 33가지 모습이 담겨 있다. 피상적으로 보이는 풍경 대신 서울과 그 구성원들이 만드는 현상을 사회학자의 눈으로 관찰한다. 남자 친구의 재킷을 들어주는 여자, 여자 친구의 핸드백을 들어주는 남자의 모습은 그에게 매우 낯설다. 그는 “파리의 연인들은 언제나 자신을 잃지 않기 때문에 자기 물건은 자기가 챙긴다”며 “서울의 연인들은 두 사람이 완전한 하나가 돼 자아를 잃어버린 상태가 되기를 바라는 듯 서로의 물건을 상대방에게 믿고 맡겨버린다”고 말한다.
그는 이방인으로서 도시를 걷는다는 것의 의미와 ‘이방인 사회학자’가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의 유용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모든 것이 익숙하고 당연한 곳에서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방인’ 학자의 목소리가 소중하게 들린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책 속에는 정수복이 인상 깊게 봤던 서울의 33가지 모습이 담겨 있다. 피상적으로 보이는 풍경 대신 서울과 그 구성원들이 만드는 현상을 사회학자의 눈으로 관찰한다. 남자 친구의 재킷을 들어주는 여자, 여자 친구의 핸드백을 들어주는 남자의 모습은 그에게 매우 낯설다. 그는 “파리의 연인들은 언제나 자신을 잃지 않기 때문에 자기 물건은 자기가 챙긴다”며 “서울의 연인들은 두 사람이 완전한 하나가 돼 자아를 잃어버린 상태가 되기를 바라는 듯 서로의 물건을 상대방에게 믿고 맡겨버린다”고 말한다.
그는 이방인으로서 도시를 걷는다는 것의 의미와 ‘이방인 사회학자’가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의 유용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모든 것이 익숙하고 당연한 곳에서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방인’ 학자의 목소리가 소중하게 들린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