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운용사의 사모펀드(PEF) 불법 운용으로 국민연금 등 한국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

서울 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30일 투자를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전 베리타스인베스트먼트(옛 SBI글로벌인베스트먼트) 대표 윤모씨(41)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일본 대형 금융사 SBI그룹의 한국 내 투자사 SBI코리아홀딩스의 자회사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2010년 7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SBI글로벌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맡으며 A사를 비롯해 5개 부실기업에 405억원을 투자했다. 윤씨는 그 대가로 미국 변호사인 브로커 김모씨로부터 3억9000만원의 금품을 받았다. 앞서 김씨는 이들 5개 회사에서 컨설팅 명목으로 24억원을 받아 그중 일부를 윤씨에게 건넸다.

금품을 받고 진행한 투자는 고스란히 회사의 손실로 이어졌다. 투자한 기업들이 줄줄이 부실해지면서 SBI글로벌인베스트먼트가 약 8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부실 기업에 투자하면서 담보 확보 등도 소홀히 해 투자금의 상당부분을 회수하지 못했다. 결국 당시 코스닥 상장사이던 SBI글로벌인베스트먼트는 2013년 자본잠식에 빠지며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윤씨는 국민연금이 1800억원을 출자한 PEF의 자금을 운용하는 SBI프라이빗에쿼티 대표를 겸임하며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B사가 C사를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 500억원을 투자하며 김씨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8000만원을 받은 것이다.

이처럼 윤씨가 불법을 자행하는 와중에도 국민연금 등이 출자한 이 PEF는 정관에 따라 SBI프라이빗에쿼티에 연 5억원의 관리보수를 지급했다. 윤씨는 관리보수로 조성된 SBI프라이빗에쿼티의 자금 중 2억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