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총장 때 기부금 유용·두산과 금품거래 의혹도 추궁

박범훈(6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배종혁 부장검사)는 30일 박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4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출두한 박 전 수석은 중앙대에 특혜를 주기 위해 교육부에 외압을 행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사 전에 말씀드릴 게 없고 결과를 봐 달라.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중앙대의 각종 사업을 놓고 두산그룹 측과 교감이 있었는지 등을 묻자 "결과를 보시면 된다.

조사를 열심히 받겠다"고만 말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

박 전 수석은 청와대에 있던 2011∼2012년 본교와 안성캠퍼스 통합, 교지 단일화, 적십자간호대 인수 등 중앙대의 역점 사업들을 원활하게 추진해달라며 교육부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을 받고 있다.

박 전 수석은 2005∼2011년 모교인 중앙대 총장으로 재직하고서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중앙대는 이후 이들 3대 사업을 모두 성사시켰다.

검찰은 법적 제약과 교육부 실무부서의 반대 의견에도 중앙대의 역점 사업들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교육부 측에 외압을 행사했는지를 박 전 수석을 상대로 추궁하고 있다.

특히 중앙대를 돕는 대가로 이 학교를 소유한 두산그룹으로부터 금품이나 특혜를 받았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최근 중앙대 재단과 교육부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박 전 수석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뭇소리에 거액의 후원금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했다.

박 전 수석 부인은 2011년 정식 계약기간이 아닌 때 두산타워 상가를 분양받았고, 두산엔진은 지난해 박 전 수석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박 전 수석의 장녀(34)가 지난해 중앙대 교수로 임용된 점도 논란이 됐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토지를 기부해 설립한 경기 양평군 중앙국악연수원이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뭇소리로 증여된 경위도 추궁하고 있다.

연수원 건립에는 양평군비 4억4천여만원과 경기도 시책추진비 5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건물 3동 가운데 2동은 2012년 중앙국악예술협회에서 중앙대로, 1동은 박 전 수석의 청와대 근무가 끝난 직후인 2013년 3월 뭇소리 재단으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검찰은 뭇소리 재단을 박 전 수석의 사실상 개인 소유로 보고 횡령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박 전 수석은 중앙대 총장 재직 시절 비리도 조사받고 있다.

검찰은 2008년 중앙대가 우리은행과 주거래은행 계약을 연장하면서 법인 계좌로 기부금 명목의 돈을 받도록 이면계약을 맺은 사실을 파악했다.

사립학교법상 학교회계와 법인회계는 명확히 구분된다.

검찰은 중앙대가 우리은행으로부터 공개대상인 학교발전기금 이외의 경로로 수십억원을 받아 다른 데 쓴 것으로 보고 여기에 박 전 수석이 얼마나 개입했는지 확인 중이다.

박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사를 마무리한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 전 수석에게는 직권남용과 횡령·배임·뇌물수수·사립학교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최송아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