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의 출판자회사 FKI미디어(www.fkimedia.co.kr)는 MBC·방송문화진흥회·한국개발연구원(KDI)가 공동으로 기획·제작한 광복 7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3부작 ‘대한민국’을 단행본으로 엮어 펴냈다.

이 책에는 가난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쳤던 아버지들의 피와 땀, 가족을 위해 아낌없이 쏟았던 어머니들의 헌신과 눈물, 갈등을 넘어 성장과 화합의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자식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가족의 달 5월을 맞아 부모님과 자식들이 마주앉아 오늘의 대한민국을 두고 소통할 의미 있는 화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은 천리마의 속도로 달렸다. 그러는 사이 논밭 뿐이던 서울은 빌딩 숲으로 가득 찼고, 황량한 갯벌 뿐이던 만(灣)에는 집채만 한 철갑선을 만드는 조선소도 세워졌다. 70년을 질주하는 동안 국민들의 생활상도 완전히 달라졌다. 초콜릿을 얻어먹기 위해 미군의 뒤꽁무니를 쫓던 누더기 옷의 꼬마는 오늘날 찾아볼 수 없다. 1945년 광복 직후부터 2015년까지 대한민국은 쉼 없이 달리며 경이로운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뤘다.

경제규모 1000배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00배 성장, 무역 규모 1조 달러 달성 등 70년간 대한민국 경제는 거침없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런 궤적에는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국민들이 흘린 땀방울과 핏방울들이 발자국처럼 점점이 찍혀 있다. 오늘날의 풍요는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어깨에 묵묵히 지고 온 대다수의 평범한 영웅들이 만들어낸 결과다.

때문에 다큐멘터리 제작팀은 박정희, 정주영, 이병철과 같은 거인들보다 민초들의 삶과 목소리에 주목했다. 이 책에서는 영화 국제시장의 ‘덕수’와 ‘영자’를 꼭 빼닮은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을 만날 수 있다. 영화보다 더 극적인 순간들을 몸으로 체험한 역사의 산증인들을 찾아가 생생한 증언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역사는 그들 개개인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았기에, ‘대한민국’은 역사의 배경으로 스며든 숨은 주역들의 이름을 다시 부르며 그들의 피땀 어린 치열한 삶을 기억하고자 했다.

중요한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실제 인물뿐 아니라 광복 이후 국가경제의 밑바탕을 짜는 데 일조한 경제전문가, 정책입안자들, 당시의 대한민국을 기억하는 해외 석학들, 격동의 한국사회와 경제사를 분석해온 국내 학자 등을 만나 ‘한강의 기적’에 대한 객관적인 대답도 덧붙였다.

이 책은 국민배우 최불암 씨의 묵직하면서도 진솔한 내레이션으로 가슴 울렁이는 한국사를 감동적으로 안방에 전달했던 광복 7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대한민국’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낸 것이다. 인터뷰로 구성된 다큐멘터리의 특성과 정서는 그대로 옮기면서, 방송으로는 채 담아내지 못했던 한국경제사의 다양한 이야기와 자료들을 덧붙여 한층 풍성하게 재구성했다. 통계로 보는 한국경제, 함께 읽으면 좋은 역사 속 비하인드 스토리 등 70년의 한국경제사를 입체적이면서 흥미롭게 볼 수 있도록 정리한 ‘스토리 한국 근현대사’라는 게 FKI미디어의 설명이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했다.

‘1부 - 아버지가 만든 나라’에서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전쟁터도 불사하지 않았던 아버지 세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목돈을 쥐기 위해 베트남전쟁에 뛰어든 1945년생 해방둥이들, 수천미터 지하 광산에서 외화를 캤던 파독 광부들, 황무지에 고속도로와 제철소를 건설한 근로자들, 그늘막 없는 사막 한가운데서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준 중동 근로자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엮었다.

‘2부 - 어머니가 지은 나라’에서는 자신은 돌볼 틈 없이 평생 가족들을 뒷바라지하고, 그것을 운명으로 여겼던 어머니 세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골집에 돈을 보내기 위해 시체 닦이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파독 간호사들, 동생의 학비를 대기 위해 가발을 만들고 쥐 가죽 밍크를 만들었던 구로공단의 여공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1960~1970년대 수출산업을 선도한 경공업 일선에 뛰어들었던 여성 근로자들의 활약에 주목했고, 1995년 수출 1000억 달러 달성에 이어 2011년 무역 규모 1조 달러를 달성하기까지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으로 온 국민이 수출산업에 힘썼던 시대상을 그려냈다. 또한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던 여성들이 어머니가 되어 자식들의 교육에 열 올리며 나라의 재원들을 키워낸 배경도 살폈다. 더불어 산업화와 함께 피어오른 민주화의 역사도 다시 되짚었다.

‘3부 - 자식이 만들어갈 나라’에서는 부모님 세대에 이은 자녀 세대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며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해 봤다. 압축성장의 후유증으로 갈등과 불신이 자리 잡은 근원을 살폈고, 진정성 있는 방법으로 사회갈등을 해결한 오스트리아의 빈 국제공항 사례, 정부와 민관기관이 나서 끊임없이 대화창구를 만들었던 통일 독일의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찾아보았다.

이 책이 영화 국제시장과 다른 점은 단순히 여러 명의 ‘덕수’와 ‘영자’를 호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덕수와 영자에 이어 또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자식 세대에 대한 이야기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냈다. 활자를 단순히 과거를 회고하는 기록물이 아니라 미래를 개척하는 데 유용한 날카롭고 뜨거운 질문들을 묻고 구하고 남기는 과정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MBC ‘대한민국’ 제작팀(김학영·김진만 外) 지음

신국판 변형(150*215)/무선제본/244쪽/

1만5000원/ISBN 978-89-6374-097-3(03320)

[추천사]

나는 해방, 전쟁, 분단 그리고 한국경제의 놀라운 성장사를 모두 겪어온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 당시에는 너무도 힘들었지만,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성공의 역사를 함께한 것이니 축복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대한민국’은 그 축복의 역사를 그 어떤 역사책보다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아들과 딸, 손주들에게 가장 먼저 읽히고 싶습니다.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

피원조국에서 원조국이 된 세계 첫 번째 나라, 그리고 반세기 만에 ‘한강의 기적’을 일군 나라 대한민국의 오늘은 부모님 세대의 지혜와 헌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책은 전쟁터와 열사의 나라에서 청춘을 보내며 산업화 시대를 맨몸으로 걸어온 이 땅의 위대한 부모님들께 드리는 헌사입니다. 이 책이 세대를 뛰어넘는 이해의 징검다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세계 최빈국에서 놀라운 성취를 이룬 나라 대한민국. 그 뒤에는 베트남전쟁에 파병되어 사선을 넘나들던 장병들, 막장 속에서 외화를 캔 광부들, 국가대동맥을 연결한 맨손의 건설근로자들, 그리고 자동차·철강·건설 신화를 창조한 기업가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위대한 국민들이며, 세계 속의 ‘어메이징 코리안(Amazing Korean)’들입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