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의 한 검사는 아들을 낳았음에도 집에 못 가고 얼굴도 못 봤다고 하네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자금 제공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 구본선 부팀장의 말이다. 구 부팀장은 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사에서 브리핑을 하면서 “이번 사건은 국민의 의혹이 집중된 중대사건이지만 핵심적 증거가 없어 다른 사건에 비해 몇 배의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사팀 출범이 20일째를 맞고 있지만 수사는 여전히 의혹의 당사자 주위만 맴도는 수준이다. 수사는 크게 ‘성완종 메모’를 기초로 한 불법 정치자금 의혹과 경남기업 관계자들의 비자금 장부 등 주요 증거 인멸·은닉 의혹 등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압수수색한 자료 분석이 거의 끝났지만 결정적 ‘한방’이 없는 상태여서 당장은 성 전 회장의 측근과 리스트 당사자 주변인의 ‘입’에만 의존해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다. 검찰에 피로가 쌓일 법한 환경이다. 상당수 검사는 밤을 새우며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인력 보강 차원에서 부산고검 주영환 부장검사를 4일부터 합류시키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검찰 입장에서는 특검도 부담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특검도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특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특별수사팀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치권에서 특검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지금 현재보다 더 가치 있는 증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 이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수사팀은 증거 인멸 혐의로 지난달 25일과 26일 각각 구속한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이용기 씨의 구속수사 기간을 열흘씩 연장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