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처럼 국제기구 여성 리더 되겠다"
“프랑스 변호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처럼 국제기구에서 변호사 출신 여성 리더로 활동하고 싶어요.”

올해 초 미국의 7개 명문 로스쿨에 동시 합격한 남지은 씨(24·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하버드대와 코넬대, 뉴욕대, 시카고대, 조지타운대, 컬럼비아대, 듀크대 로스쿨에 합격한 그는 장학금 제도와 학교 특성을 두고 고심한 끝에 오는 9월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하기로 했다.

남씨가 미국 로스쿨 진학을 결정한 것은 복수학위 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 유학을 떠났을 때다. 복수학위 과정은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에서 운영하는 제도로, 재학 중 해외 유학을 통해 성균관대 학위와 해외 대학 학위를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과정이다.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공부했던 그는 집 앞 로스쿨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로스쿨 재학생을 만나게 됐다. “미국 로스쿨 졸업자들은 한국과 달리 시민운동단체와 국제기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 진출 분야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국제기구 근무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미국 로스쿨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입시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다. 처음 치른 미국 로스쿨 입학자격시험(LSAT)에서 형편없는 점수를 받았다. 그는 “시험장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연필을 두 번이나 떨어뜨려 부정행위자로 오해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음부터는 긴장을 줄이기 위해 시험을 치를 교실을 찾아가 혼자 모의고사를 풀었다. 남씨는 “공부가 안 될 때는 수준 높은 예술서적을 주로 읽었다”며 “읽을 때는 힘들지만 LSAT 독해문제를 풀 때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성균관대의 복수학위제도도 도움이 됐다. 남씨는 이를 통해 지난해 12월 미국 인디애나대 공공정책분석학과를, 올해 2월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미국 로스쿨 교수들은 학부생이 4년 만에 학위 2개를 취득했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보였다”며 “하버드대 교수는 면접을 시작하자마자 복수학위 프로그램에 대해 물었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 학회, 봉사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많아 자기소개서 작성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남씨는 학점이 낮다고 미국 로스쿨 진학을 주저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학점 평균이 높은 것도 좋지만 미국 로스쿨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향상되는 성적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귀띔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