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세기의 대결’로 세계 복싱팬의 기대를 모았던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와 매니 파키아오(37·필리핀)의 격돌은 메이웨더의 판정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3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그랜드가든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기구(WBO)·세계복싱협회(WBA) 웰터급(66.7㎏) 통합 타이틀전에서다.

심판 3명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둔 메이웨더는 48전 전승(26KO)을 기록해 ‘무패 복서’의 타이틀을 지켰다. 8체급 석권의 ‘전설’ 파키아오는 자신의 전적에 1패를 더해 57승(38KO)2무6패가 됐다. 하지만 두 선수는 경기 전 장담한 대로 화끈한 KO쇼를 보여주기는커녕 몸을 사리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 많은 복싱팬의 야유와 비난을 받았다.

이날 경기에서 ‘인파이터’ 파키아오는 초반 빠른 발과 주먹으로 메이웨더의 빈틈을 파고들며 콤비네이션 펀치를 날렸다. 하지만 ‘아웃복서’ 메이웨더는 더 빠른 발과 몸놀림으로 이를 교묘히 빠져나갔다. 대신 파키아오의 공격이 실패한 틈을 타 훅과 잽으로 맞받아치며 착실히 점수를 쌓았다. 적극적인 공세를 예고했던 파키아오는 4라운드에서 한때 메이웨더의 안면과 복부에 10여차례 연타를 적중시키며 주도권을 잡았으나 특별한 이유 없이 공세를 멈춰 팬들을 의아하게 했다. 이후 둘은 강력한 펀치를 교환하지 않은 채 탐색전 수준의 경기를 펼치면서 12라운드를 마쳤다. 파키아오는 경기 후 판정에 불만이 있는 듯 “이번 대결의 승자는 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 대전료가 2억5000만달러(약 2680억원)에 달하는 등 세계 복싱팬의 관심을 집중시킨 이번 경기가 ‘특별함’을 보여주지 못한 채 끝나면서 벌써 두 선수의 재대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