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대출 지켜라"…기업은행, 산업단지 지점 확대
중소기업 대출 시장의 절대강자인 기업은행(행장 권선주·사진)이 수도권 주요 산업단지 영업점 배치 전략을 새로 짜기로 했다. 산업단지별 영업점 숫자를 늘리고 영업구역도 세분화해 기존 중소기업 거래처를 밀착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초저금리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된 다른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영업을 일제히 강화하고 있는 데 따른 ‘시장 지키기’ 전략이다.

○중소기업 대출 시장을 지켜라

기업은행은 영업환경 변화에 맞춰 대규모 조직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세부적인 개편 방안은 올 하반기께 확정될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핀테크(금융+기술), 인터넷은행 등 최근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분야에 대응할 조직을 신설하고, 중소기업 영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직개편에는 기업은행의 텃밭으로 알려진 경기 시화·반월공단, 인천 남동공단 등 주요 산업단지 영업망을 조정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시화·반월·남동공단에 있는 기업은행 영업점은 모두 29곳(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민·신한·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들의 영업점을 합한 것보다 많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을 감안할 때 영업점 숫자가 많다고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게 기업은행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시화·반월·남동공단의 대형 영업점포를 여러 개로 쪼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반월공단 내 최대 영업점인 반월지점 등 초대형 영업점을 2~3개로 나누겠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반월지점의 총자산은 1조7000여억원으로 웬만한 영업점 3~4개를 합한 규모”라며 “영업점 수를 늘리면 중소기업 고객들을 좀 더 밀착 대응할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대출 지켜라"…기업은행, 산업단지 지점 확대
○과열되는 중소기업 대출 경쟁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영업에선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잔액 기준으로 23%가량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소기업 네 곳 중 한 곳은 기업은행 고객이란 의미다.

그런데도 기업은행이 산업단지 영업점을 쪼개는 방안을 추진하는 건 경쟁 은행들의 ‘중소기업 고객 빼앗기’ 공세가 만만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저금리 여파로 다른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추세다. 연 2% 초반대인 가계대출에 비해 중소기업 대출은 연 3~5%대 이자를 받을 수 있어서다.

1분기 주요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실적을 보면 이런 분위기는 뚜렷하다. 지난 1분기 기업은행이 2조6000여억원의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 가운데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2조4000억원가량의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했다. 전년 동기 대비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하나은행도 1분기 중소기업 대출을 7000억원가량 늘려 전년 동기 실적을 크게 웃돌았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