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70% "최저임금 오르면 사업·채용 축소"
최저임금이 오르면 중소기업의 70% 이상이 사업이나 채용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소기업 네 곳 중 세 곳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 상황이 나빠지고 가격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는 5일 10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기업의 50%는 최저임금 인상 시 감원하거나 신규 채용을 철회할 것이라고 답했다. 18.5%는 사업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고 했고, 사업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응답도 2.8%였다.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기술을 혁신하거나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업체는 28.7%에 그쳤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오는 6월 말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변경안을 의결해 제출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여론 수렴을 거쳐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 고시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으로 작년보다 7.1%(370원) 오른 5580원이다. 최저임금 기준으로 한국은 2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4위다.

야당과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OECD 상위권인 시간당 7000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빠른 속도의 최저임금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올해는 다르다. 당정이 한목소리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소득주도 경제성장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내수를 살릴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에 동조하는 기업도 많지 않았다. 전체 기업의 44.1%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신규 채용이 줄어 고용시장만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기업생태계의 경쟁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는 기업도 22%였다. 정부 논리대로 가계 소득이 늘어 내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여기는 기업은 33.9%에 그쳤다.

중소기업들은 정부에 경영 환경을 감안한 현실적인 정책을 마련해줄 것을 주문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강행하기 이전에 중소기업의 경영 안정화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48.5%)이 절반에 가까웠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뒤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23.2%)와 기업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상률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21.2%) 등이 뒤를 이었다.

한상우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 이전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살릴 수 있는 대책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