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예술의전당 관객…20~30대, 객석 절반 채웠다
20대가 국내 최고 공연예술 공간인 예술의전당의 주 관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술의전당이 6일 자체 판매 입장권인 ‘쌕(SAC)티켓’ 구매 연령층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대 구매자 비중이 2006년 6%에서 지난해 29%로 늘어났다. 반면 2006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50대는 33%에서 지난해 21%로 줄었다. 40대는 26%에서 15%로 감소했다. 30대도 24%에서 18%로 줄었으나 40~50대에 비해 감소폭이 작았다. 40~50대가 주류를 이뤘던 예술의전당 관객층이 20~30대로 젊어지고 있는 것이다.

쌕티켓은 인터파크 티켓링크 등 예매전문 사이트를 통하지 않고 예술의전당이 자체적으로 사이트를 운영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입장권이다. 공연 예매의 70%, 전시 예매의 20%가량이 쌕티켓을 통해 이뤄진다.

20대의 관심이 젊은 층이 선호하는 뮤지컬이나 연극에만 쏠리는 것은 아니다. 예술의전당에서 이뤄지는 공연·전시를 △오페라 △미술 △디자인 △뮤지컬 △관현악 △합창 △발레 등 11개 세부 장르로 구분해 장르별로 가장 많이 구매한 연령대를 살펴본 결과 20대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0대의 구매 비중이 가장 큰 장르 수는 2011년 2개에서 지난해 8개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30대는 4개에서 2개, 40대는 4개에서 1개로 줄었다. 박거일 예술의전당 고객지원부 과장은 “예전에는 서울 서초구·강남구 등 강남 지역에 거주하는 40~50대 여성이 주 고객층이었으나 이제는 뮤지컬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로 눈을 돌린 20대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것은 국립극장 금호아트홀 LG아트센터 등 다른 공연장도 마찬가지다. 공연장마다 20대를 대상으로 한 할인 혜택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등 젊은 관객을 끌어들이려고 애쓴 결과다. 예술의전당은 2012년부터 만 25세 이하를 대상으로 당일 공연 입장권을 싸게 파는 ‘당일 할인티켓’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5000~1만원으로 입장권을 살 수 있다. 예술의전당의 당일 할인티켓 구매자 수는 2012년 6985명에서 지난해 1만5149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LG아트센터도 27세 이하 관람객에게 20% 할인 혜택을 주는 ‘청년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극장마다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 젊은 관객 대상의 공연 기획도 20대를 끌어들이는 이유다. 국립극장 홍보팀 이서정 씨는 “올해 20~30대에 인지도가 높은 재즈 아티스트 나윤선 씨를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기용하는 등 젊은 관객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의 소비 풍토가 20대가 문화 소비의 주류로 떠오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전 세대보다 문화 경험의 폭이 넓은 요즘 20대들은 자신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고 ‘가치소비’를 중시한다는 것. 최근 ‘슈퍼콘서트 폴 매카트니 내한 공연’을 관람한 유세진 씨(25)는 “부모님 세대에는 공연 티켓을 사는 것이 사치였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학생 신분이어서 모든 공연을 볼 수는 없지만 꼭 보고 싶은 공연에 돈을 쓰는 것에는 친구 중 누구도 아까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