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개인재무관리 ABC] (6) 무시해야 하는 매몰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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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 한양대 교수 >
![[고령화 시대 개인재무관리 ABC] (6) 무시해야 하는 매몰비용](https://img.hankyung.com/photo/201505/AA.9924377.1.jpg)
2011년 5월2일 주당 53만8000원에 현대중공업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 갑이 그 후 이 회사 주가가 40만원대, 30만원대로 하락할 때 왜 처분하지 못하고 현재 14만원대 주식을 아직 보유하고 있을까? 물론 하락을 거듭하던 순간마다 내일의 상승을 기대하며 보유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그가 조선업 수익성이 악화된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이 주식의 매입원가 53만8000원을 생각할 때 도저히 큰 손실을 감수하며 처분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2007년 투자자 을이 분당의 50평 아파트를 10억원에 구입한 뒤 2015년 현재 6억원으로 하락할 때까지 처분하지 못한 가장 현실적인 이유도 그가 아파트 구입 가격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갑과 을은 의류 점포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50% 심지어 9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재고를 처분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이 옷들의 원가는 이미 아무런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고, 중요한 것은 10%의 가격으로라도 처분하는 게 원가를 고수하다 송두리째 손해보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수년 전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원유를 최근 50달러 수준에 팔고 있는 산유국 또한 과거 판매가에 더 이상 연연해하지 않는다. 위의 예에서 53만8000원, 10억원 그리고 150달러는 현시점의 합리적 의사결정과 아무 관계 없는 매몰비용 혹은 매몰혜택일 뿐이다.
실생활에서도 매몰비용을 식별할 수 있어야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 자신에게 잘해 주었던 헤어진 이성친구를 현 이성친구와 비교하는 것도 현재의 최적 선택과 관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Let bygones be bygones”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상황에 의미 없는 과거지사를 온전히 잊을 수 있을 때 비로소 현재 상황이 우리에게 기꺼이 주고자 하는 축복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
유진 < 한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