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회의장 떠나는 의원들 >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6일 밤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 본회의장 떠나는 의원들 >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6일 밤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6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지급률·생애 평균 소득대비 연금 비중) 50%’ 등을 국회 규칙에 반영하는 문제를 놓고 대립하면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무리하게 국민연금 문제를 끼워넣으면서 파행이 예고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이달 중순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를 놓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데다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 개혁과 연계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자체에 대해서도 ‘졸속’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개정안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무산] '국민연금 지급률 50%로 인상' 무리수에 여론 역풍…예고된 파행
○새누리, 야당 절충안 최종 거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하루 종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률 명기 등 공적 연금 강화와 관련한 세부 사항 조율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새정치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에서 합의한 내용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인상’과 ‘공무원연금 재정 절감분 20%를 공적 연금 제도 개선에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국회 규칙에 명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구체적인 수치를 넣을 수 없다”고 맞섰다. 앞서 여야는 지난 2일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하면서 공적 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구성해 8월 말까지 운영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사항은 국회 규칙으로 정하기로 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것은 사회적 대타협의 핵심 중 핵심”이라며 수치 명기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새정치연합이 또다시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어렵게 합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날 오전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동에선 50%와 20%의 숫자는 국회 규칙에 명기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구체적인 숫자를 명기하지 않으면 공무원연금 개정안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에 대해 여야 대표 간 합의를 파기하는 것이라고 맞서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새누리당이 수치 명기에 난색을 표하자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후 늦게 국회 규칙이 아닌 별도 첨부서류에 수치를 명기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새누리당이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이 절충안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일부 최고위원이 “야당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하면서 당내 추인에 실패했다.

○비판 여론 의식하는 여당

여당 내에서는 지난 2일 여야가 최종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야당과 공무원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느닷없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이 합의문에 포함됐고, 이 과정에서 부담 주체인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생략됐다는 지적이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언론과 국민은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에 대해 인기영합적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한다”며 “과연 국가의 미래를 걱정해서 나온 안이 맞는지, 양당 대표의 미래만을 위한 안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국민연금 이슈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총선의 돌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 의견 수렴 없이 이런 식으로 정치권이 일방통행식 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여론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