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짓밟는 '연금 파동'] '신3저 단맛'도 못봤는데…원고·엔저 심화에 유가는 40%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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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불확실성까지 '엎친데 덮쳐'
채권금리 급등으로 자산시장에 '후폭풍'
KDI "수출도 부진…경기 회복세 미약"
채권금리 급등으로 자산시장에 '후폭풍'
KDI "수출도 부진…경기 회복세 미약"
“드디어 희망의 전조가 보인다.” 지난 3월 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재부 간부회의에서 모처럼 밝은 표정이었다. 저(低)유가·저금리·원저의 ‘신(新)3저’가 경기를 바닥에서 구해낼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 효과는 길게 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벌써부터 유가와 원화값이 뛰고 채권시장에서는 저금리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연금개혁 논란 등 정치권이 파행을 거듭해 정책 불확실성마저 커졌다.
◆30여년 만의 기회인데
‘3저’는 1980년대 한국 경제를 호황으로 이끈 주인공이었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1.75%로 내리자 3저 시대가 다시 열렸다는 낙관론이 나왔다. 수출전선의 악재였던 원화 강세도 마침 주춤해졌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국제유가 급락세는 원유 수입국인 한국에 호재였다.
전문가들은 저유가·저금리가 내수 회복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가계의 실질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기업 역시 투자 여력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기대감 속에 자산시장부터 꿈틀댔다. 부동산 거래가 늘고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최근 조짐은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 배럴당 40달러대까지 급락했던 유가는 최근 두 달 새 40% 급등했다. 지난 5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6월물)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 배럴당 60달러 선을 돌파했다. 미국 원유 재고분이 감소한 데다 최근엔 리비아 석유 수출항 시위 소식이 수급 불안을 낳았다.
◆엔저까지 다시 불거져
원화는 지난달 말 강세로 전환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 속에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다. 100엔당 원화값이 800원대까지 급등하며 엔저 우려가 다시 부상했다. 7일 최경환 부총리가 엔저 우려를 나타내면서 이날 100엔당 910원대로 복귀했지만, 원화의 본격적인 약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경기 부양에 힘을 실었던 저금리 기조도 예전 같지 않다. 3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6일까지 11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 하락하던 장기물 금리도 반등세가 거셌다. 최근 미국 독일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저금리에 기댄 글로벌 유동성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 같은 움직임이 초저금리 기조를 위협할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주가지수가 크게 꺾이는 등 자산시장의 후폭풍은 현재진행형이다.
◆미완의 구조개혁, 경기 발목 잡나
신3저가 ‘반짝 기회’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책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경기 회복의 단초를 이대로 놓칠 것이란 걱정이 크다. 정부가 하반기 경기 회복의 전제로 삼았던 구조개혁은 표류하고 있다. 그 첫걸음이던 공무원연금 개혁은 여야의 책임 공방 속에 끝내 좌초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제 회복은 경기부양과 구조개혁이 함께 가야 가능하다”며 “공무원연금 개혁 등 정치권 논의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할 경우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가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여건 역시 녹록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간한 ‘5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경제 전반의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1% 감소했다.
내수가 미약하나마 회복세이지만 본격적인 경기 반등은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 많다. KDI는 1분기 경제성장률(속보치)이 전분기 대비 0.8% 증가로 나타났지만 0.3%에 그친 지난해 4분기를 감안할 때 본격적인 경기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신흥국 경기 둔화와 그리스 채무 불이행 가능성 등 불확실성도 걱정거리다.
김유미/세종=이승우 기자 warmfront@hankyung.com
◆30여년 만의 기회인데
‘3저’는 1980년대 한국 경제를 호황으로 이끈 주인공이었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1.75%로 내리자 3저 시대가 다시 열렸다는 낙관론이 나왔다. 수출전선의 악재였던 원화 강세도 마침 주춤해졌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국제유가 급락세는 원유 수입국인 한국에 호재였다.
전문가들은 저유가·저금리가 내수 회복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가계의 실질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기업 역시 투자 여력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기대감 속에 자산시장부터 꿈틀댔다. 부동산 거래가 늘고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최근 조짐은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 배럴당 40달러대까지 급락했던 유가는 최근 두 달 새 40% 급등했다. 지난 5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6월물)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 배럴당 60달러 선을 돌파했다. 미국 원유 재고분이 감소한 데다 최근엔 리비아 석유 수출항 시위 소식이 수급 불안을 낳았다.
◆엔저까지 다시 불거져
원화는 지난달 말 강세로 전환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 속에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다. 100엔당 원화값이 800원대까지 급등하며 엔저 우려가 다시 부상했다. 7일 최경환 부총리가 엔저 우려를 나타내면서 이날 100엔당 910원대로 복귀했지만, 원화의 본격적인 약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경기 부양에 힘을 실었던 저금리 기조도 예전 같지 않다. 3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6일까지 11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 하락하던 장기물 금리도 반등세가 거셌다. 최근 미국 독일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저금리에 기댄 글로벌 유동성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 같은 움직임이 초저금리 기조를 위협할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주가지수가 크게 꺾이는 등 자산시장의 후폭풍은 현재진행형이다.
◆미완의 구조개혁, 경기 발목 잡나
신3저가 ‘반짝 기회’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책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경기 회복의 단초를 이대로 놓칠 것이란 걱정이 크다. 정부가 하반기 경기 회복의 전제로 삼았던 구조개혁은 표류하고 있다. 그 첫걸음이던 공무원연금 개혁은 여야의 책임 공방 속에 끝내 좌초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제 회복은 경기부양과 구조개혁이 함께 가야 가능하다”며 “공무원연금 개혁 등 정치권 논의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할 경우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가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여건 역시 녹록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간한 ‘5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경제 전반의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1% 감소했다.
내수가 미약하나마 회복세이지만 본격적인 경기 반등은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 많다. KDI는 1분기 경제성장률(속보치)이 전분기 대비 0.8% 증가로 나타났지만 0.3%에 그친 지난해 4분기를 감안할 때 본격적인 경기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신흥국 경기 둔화와 그리스 채무 불이행 가능성 등 불확실성도 걱정거리다.
김유미/세종=이승우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