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RP3 멤버인 레미 파노시앙, 막심 델포트, 프레드릭 프티프레즈. 김보영 기자
왼쪽부터 RP3 멤버인 레미 파노시앙, 막심 델포트, 프레드릭 프티프레즈. 김보영 기자
“1주일 동안 한국식 바비큐만 먹은 적도 있어요. 아무래도 ‘바비큐는 이제 그만(No more BBQ)’이라는 곡을 지어야 할까 봐요.”

프랑스 출신 재즈 트리오 RP3는 자타가 공인하는 지한파 뮤지션 팀이다. 프랑스 재즈학회 신인상을 받은 피아니스트 레미 파노시앙을 주축으로 베이시스트 막심 델포트, 드러머 프레드릭 프티프레즈가 의기투합했다. RP3는 2012년 발매한 두 번째 트리오 앨범 이름을 ‘빵(BBANG)’으로 지었다. ‘짠 하고 나타난다’는 뜻의 의태어이자 우리말 빵과 발음이 같다. 앨범에 담긴 ‘스리 드링킹 랩(3 Drinking Lab)’ ‘헬시 캡(Healthy Cab)’ ‘BBQ’ 등이 한국을 모티브로 한 곡이다.

올해 세 번째 앨범 ‘RP3’를 낸 이들이 다시 한국을 찾아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10년 10월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을 계기로 처음 방한해 5년 사이에 여덟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7일 서울 태평로 뉴서울호텔에서 RP3의 세 사람을 만났다.

“한국은 사람들이 따스해서 매력적입니다. 현대와 전통이 대비되는 서울 풍경도 좋고요. 음식도 최고예요.”

바비큐와 ‘닭한마리 칼국수’를 매우 좋아해 올 때마다 몇 번씩 먹는다는 이들은 손가락을 치켜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앨범을 낼 때까지 ‘레미 파노시앙 트리오’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RP3의 곡은 발랄함과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퓨전’ 감각이 특징이다.

세 사람이 번갈아가며 곡을 쓴다. 재즈 아티스트답게 악상이 떠오르면 오선지에 적는 대신 멜로디를 주고받으며 곡을 완성해 나간다. 10대 혹은 그 이전부터 피아노 플루트 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루며 20년 넘게 각자 밴드를 결성해 연주한 경력이 ‘즉흥 작곡’의 기본기가 됐다. “악보 없이 매번 머리에 기억해서 연주해요. 연주할 때마다 곡이 달라지는 건 당연해요. 똑같은 곡을 연주하면 재미없잖아요.”

새 앨범에도 한국과 관련된 곡이 담겼다. 2년 전에 방문한 제주도의 기억을 더듬어 작곡한 ‘제주도(Jejudo)’다. 프티프레즈는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아름다운 자연에 감명받았다”고 했다. 한국에서의 체류 경험은 전부 곡이 된다. 빵에 실려 있는 ‘헬시 캡’은 을지로 4가에 있는 숙소로 가기 위해 잡은 택시 안에서 만난 운전기사를 생각하며 쓴 곡이다.

“일본은 네 번 방문했어요. 일본에선 재즈에 관심 있는 일부만 전문적으로 음악을 듣는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좀 더 젊은 관객이 많고 재즈를 편하게 들어요. 오는 10월 새 앨범을 내면 11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연을 한 뒤 한국을 다시 찾을 예정입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