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공공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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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천자칼럼] 공공도서관](https://img.hankyung.com/photo/201505/AA.9930946.1.jpg)
고대 그리스 페르가몬의 도서관도 알렉산드리아와 경쟁할 만큼 유명했다. 여기서는 파피루스 대신 양피지를 사용해 책을 만들었다. 플루타르크는 이곳 장서량이 20여만권이라고 소개했다. 성서에 나오는 도시 에페소스의 셀시우스 도서관 역시 유서 깊다.
고대인들은 도서관을 영혼의 안식처로 여겨 매우 신성시했다. 문자를 신과 소통하는 도구로 생각한 만큼 도서관은 신성성을 비추는 곳이었다. 고대 지도자들이 도서관을 웅장하게 짓고 많은 책을 소장하는 건 바로 종교적 권력을 과시하는 소산이었다. 중세 들어선 수도원이 도서관을 대체했다.
도서관이 일반인에게 다가간 건 17~18세기가 돼서다. 이때 지어진 도서관들은 서적을 많이 보유하지는 않지만 일반인에게 책을 빌려주는 역할을 맡았다. 근대 공공도서관의 개념은 1731년 벤저민 프랭클린이 미국에서 회원제 대출도서관을 만들면서 본격화됐다고 한다. 시민 전체에 무료로 개방하는 공공도서관이 출현하게 된 것은 1754년이다. 미국에서 공공도서관이 본격 늘어난 것은 19세기 말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도움이 컸다. 카네기는 미국에 무려 2500개의 공공도서관을 지어 사회에 기부했다. 그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동네 독지가가 마련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꿈을 키웠다. 카네기의 도서관 설립 기념비엔 이렇게 쓰여 있다. ‘지식과 상상력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받은 근로 소년 앤드루 카네기가 감사의 기억으로 기념비를 세우다.’
국립중앙도서관 장서가 1000만권을 넘었다. 세계 13번째라고 한다. 인터넷 시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책이 생산되고 있다는 증좌다. 하지만 미국 의회도서관 장서 1억6080만권에 비하면 10%도 되지 않는다. 공공도서관도 턱없이 부족하다. 도서관은 여전히 영혼을 맑게 해주는 곳이다. ‘어린 카네기’가 거기서 자라고 있기도 하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