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순매수액 2000억원, 주식형펀드 매물 1000억원, 지수 10포인트 상승.’

글로벌 유동성이 한국으로 밀려들었던 지난 4월 유가증권시장의 전형적인 마감 시황이다. 펀드 매물이 꾸준히 쏟아져 나왔지만, 외국인들이 매물을 모두 거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리는 패턴이 한 달 가까이 이어졌다. 하지만 5월 들어선 180도 달라졌다. 우선 외국인 매수세가 사라졌다. 펀드 매물이 줄어든 대신 사모펀드, 증권사, 은행 등이 슬금슬금 주식을 팔고 있다.
속 터지는 지수…미어터지는 인버스펀드
○외국인과 기관 모두 ‘팔자’로

코스피지수는 8일 전날보다 0.26% 떨어진 2085.52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이 236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 치우며, 이틀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기관 매물도 1714억원에 달했다. 지수 흐름은 시종일관 불안했다. 지수 전광판의 색깔이 빨간색(상승 신호)과 파란색(하락)을 10여차례 오갔을 만큼, 방향성이 없었다. 투자 주체마다 시장에 대한 판단이 제각각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달 말부터다. 지난주(4월23~29일) 1조1203억원에 달했던 외국인 순매수액이 이번주(4월30일~5월7일)엔 2282억원으로 줄었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미국 성장률 둔화, 채권 금리 급등 등의 악재가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다.

이 기간 기관의 순매도액은 7127억원에서 6038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순매도 규모는 엇비슷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지난주 5018억원에 달했던 펀드 매물이 3237억원으로 줄어든 대신 사모펀드(2651억원 순매도), 보험사(963억원), 증권사(508억원) 등이 새로운 매도 세력으로 떠올랐다.

종목에도 변화가 컸다. 이번주 기관 순매수액 1위 종목은 코스피200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KODEX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였다. 1주일 순매수액이 1224억원에 달했다. 반면 판 종목은 지수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KODEX200(1373억원 순매도), KODEX레버리지(998억원) 등이었다.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개별 종목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때 나타나는 매매 패턴이다.

○개별 종목 주가 ‘요동’

시장 흐름이 바뀌면서 개별 종목의 변동성은 한층 높아졌다. 덩치가 큰 대형주조차 하루 변동폭이 10%에 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6일 대우증권 주가는 11.78%나 빠졌다. 주요국 국채와 회사채 가격이 떨어지면서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7일에는 제일모직의 주가가 10.66% 급락했다.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없다는 방침을 밝힌 게 주가가 빠진 요인이었다. 예민하기로는 상승 종목도 마찬가지다. 이날 자회사 실적개선 소식에 5.82% 뛴 CJ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4월과 5월 시장의 가장 큰 차이를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금리 변화로 보고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상황에선 웃돈을 주더라도 성장성이 높은 종목을 사야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지만 금리 상승기엔 이 공식이 깨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공백기간을 맞아 기관과 개인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과 같은 조정기엔 종목별 차별화가 이뤄지게 돼 있다”며 “확실한 상승 재료가 있거나 실적이 좋은 종목으로 투자 대상을 좁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심은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