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8일 홍준표 경남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의 등장인물 8명 중 검찰의 소환 조사가 이뤄진 것은 홍 지사가 처음이다. 조사는 특별수사팀 소속 손영배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8기)와 평검사 1명이 맡았다.

홍 지사는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에 나섰던 2011년 6월 성 전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전 9시58분께 특별수사팀 조사실이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청사에 도착한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고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에 소명하러 왔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조사실 도착 직후 문무일 팀장과 10분 정도 티타임을 한 뒤 본격 조사를 받았다. 수사팀에 따르면 홍 지사는 자료를 많이 들고왔으며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을 건네받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아내가 운전하는 차로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가 홍 지사에게 현금 1억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고, 홍 지사의 보좌진이 쇼핑백을 가져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홍 지사는 이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출석…검찰 '1억 수수·증거인멸' 추궁
이번 수사의 성패를 판단할 수 있는 1차 잣대는 검찰이 홍 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지 여부다.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통상 2억원을 구속영장 청구 기준으로 삼고 있다. 금액만으로는 홍 지사의 영장 청구 가능성은 낮지만 증거인멸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홍 지사 측에서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엄모씨가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 전 부사장을 상대로 “보좌관에게 돈을 준 것으로 하면 안 되겠느냐” “안 받은 걸로 해달라”는 등 말맞추기나 회유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홍 지사가 직접 지시했거나 묵인·방조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홍 지사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홍 지사는 이날 검찰에 나와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홍 지사가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가 가능하다. 돈을 받은 배경까지 확인되면 재판 과정에서 유죄 입증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윤 전 부사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홍 지사가 받은 돈은 단순한 선거자금이 아니라 ‘공천헌금’ 성격도 있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홍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관계없이 홍 지사가 1억원을 받았을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그를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의 사법처리 방향은 향후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 리스트 속 인물에 대한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