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들의 헤어스타일은 긴 머리를 풍성히 말아올리는 게 유행이었다. 이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선 장시간 뜨거운 파마기 및 약품, 머리핀들과 씨름해야 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혜성같이 등장한 한 남성이 과감한 헤어커트를 선보이며 트렌드를 싹 바꿨다. ‘가위 하나로 여성을 해방시킨 혁명가’로 불리는 비달 사순이다.

사순은 1928년 영국 런던 동부 교외의 가난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생활고 때문에 어린 시절 고아원에 맡겨졌다가 14세가 돼서야 부모와 함께 살게 된 사순은 어머니의 권유로 미용 기술을 배웠다. 20세 때 이스라엘로 떠난 뒤 제1차 중동전쟁에 이스라엘군으로 자원 참전하기도 했다.

1963년 사순은 그의 평생 역작인 ‘보브 커트’를 선보였다. 일명 ‘사순 커트’로 불리는 이 스타일은 얼굴 윤곽에 따라 기하학적 형상을 가미한 단발머리 맵시다. 당시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보브 커트는 여성 해방의 상징이 됐다. 사순은 자신의 이름을 딴 미용학교를 세우고, 브랜드 제품을 출시하며 세계 미용계의 대부가 됐다. 말년엔 백혈병을 앓다 201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84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 비달 사순

1928년 1월17일 출생
1963년 ‘보브 커트(bob cut)’ 첫선
2009년 ‘대영제국 커맨더훈장’ 수훈
2012년 5월9일 별세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