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로의 결혼', 홍혜경만 돋보인 진부한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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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리뷰
“사랑을 맹세하던 그 입술,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지난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이 오른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알마비바 백작 부인 ‘로지나’ 역을 맡은 소프라노 홍혜경(56·사진)이 3막에서 이 오페라의 유명한 아리아 ‘그리운 시절은 가고’를 부르자 객석에는 정적이 흘렀다. 남편인 알마비바 백작이 열렬히 사랑해주던 시절을 추억하며 부르는 아리아다.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 이 아리아를 홍혜경은 풍부한 표정 연기와 함께 절제된 호흡으로 소화해 냈다.
홍혜경이 돋보인 무대였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무대에서 30년 넘게 활동해 온 관록이 고스란히 엿보였다. 수잔나 역을 맡은 류보프 페트로바와 편지의 이중창 ‘산들바람 부는 저녁에’를 부를 때도 매혹적인 자태와 발성을 선보였다. 음악을 해석하는 능력과 더불어 연기력이 필요한 오페라 무대에서 홍혜경이 사랑받아 온 까닭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로지나의 낙천성을 강조한 해석도 눈에 띄었다. 그는 공연을 앞두고 지난달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젊고 사랑스러운 로지나를 연기하겠다”고 했다. 로지나는 백작과 결혼해 신분상승을 이뤘지만 남편의 바람기로 속을 태우는 인물이다. 비련의 인물로 묘사할 수도 있지만 홍혜경의 로지나는 장난기마저 흐르는 밝음이 인상적이었다. 백작의 사랑을 되찾으려는 사랑스러운 로지나에게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4막의 긴 오페라인 데다 등장인물의 관계가 얽히고설켜 잠시 숨 돌릴 틈도 없는 희가극이 ‘피가로의 결혼’이다. 때로 지루함마저 유발하는 이 작품에서 ‘홍혜경 후광 효과’를 걷어내면 무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뭘 했는지 의문스러웠다.
연출면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없었다. 수년간 홍혜경과 메트에서 호흡을 맞춰 온 연출가 폴라 윌리엄스는 클래식한 무대에 천착한 나머지 다소 진부한 연출을 선보였다. 수잔나를 연기한 페트로바는 음역이 낮아 소프라노라기보다 메조소프라노에 가깝게 들렸다. 케루비노 역의 김선정, 마르첼리나 역의 송윤진 등은 이따금 과장된 연기로 극의 흐름을 어색하게 만들었다. 오케스트라는 극을 좇아가기에 급급한 인상을 줬다.
메트에서 활약 중인 알마비바 백작 역 라이언 맥키니, 독일 프랑크푸르트 극장 주역 솔리스트로 활동하다 내년 1월 메트에 데뷔할 예정인 심기환 등이 극의 중심을 탄탄히 잡아줬다. 이들은 탁월한 연기력과 가창력을 통해 극 전체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무악오페라단이 올린 ‘피가로의 결혼’은 8~10일 공연됐다. 홍혜경은 8일과 10일 무대에 섰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지난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이 오른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알마비바 백작 부인 ‘로지나’ 역을 맡은 소프라노 홍혜경(56·사진)이 3막에서 이 오페라의 유명한 아리아 ‘그리운 시절은 가고’를 부르자 객석에는 정적이 흘렀다. 남편인 알마비바 백작이 열렬히 사랑해주던 시절을 추억하며 부르는 아리아다.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 이 아리아를 홍혜경은 풍부한 표정 연기와 함께 절제된 호흡으로 소화해 냈다.
홍혜경이 돋보인 무대였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무대에서 30년 넘게 활동해 온 관록이 고스란히 엿보였다. 수잔나 역을 맡은 류보프 페트로바와 편지의 이중창 ‘산들바람 부는 저녁에’를 부를 때도 매혹적인 자태와 발성을 선보였다. 음악을 해석하는 능력과 더불어 연기력이 필요한 오페라 무대에서 홍혜경이 사랑받아 온 까닭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로지나의 낙천성을 강조한 해석도 눈에 띄었다. 그는 공연을 앞두고 지난달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젊고 사랑스러운 로지나를 연기하겠다”고 했다. 로지나는 백작과 결혼해 신분상승을 이뤘지만 남편의 바람기로 속을 태우는 인물이다. 비련의 인물로 묘사할 수도 있지만 홍혜경의 로지나는 장난기마저 흐르는 밝음이 인상적이었다. 백작의 사랑을 되찾으려는 사랑스러운 로지나에게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4막의 긴 오페라인 데다 등장인물의 관계가 얽히고설켜 잠시 숨 돌릴 틈도 없는 희가극이 ‘피가로의 결혼’이다. 때로 지루함마저 유발하는 이 작품에서 ‘홍혜경 후광 효과’를 걷어내면 무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뭘 했는지 의문스러웠다.
연출면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없었다. 수년간 홍혜경과 메트에서 호흡을 맞춰 온 연출가 폴라 윌리엄스는 클래식한 무대에 천착한 나머지 다소 진부한 연출을 선보였다. 수잔나를 연기한 페트로바는 음역이 낮아 소프라노라기보다 메조소프라노에 가깝게 들렸다. 케루비노 역의 김선정, 마르첼리나 역의 송윤진 등은 이따금 과장된 연기로 극의 흐름을 어색하게 만들었다. 오케스트라는 극을 좇아가기에 급급한 인상을 줬다.
메트에서 활약 중인 알마비바 백작 역 라이언 맥키니, 독일 프랑크푸르트 극장 주역 솔리스트로 활동하다 내년 1월 메트에 데뷔할 예정인 심기환 등이 극의 중심을 탄탄히 잡아줬다. 이들은 탁월한 연기력과 가창력을 통해 극 전체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무악오페라단이 올린 ‘피가로의 결혼’은 8~10일 공연됐다. 홍혜경은 8일과 10일 무대에 섰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