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공장 '시다' 얘기에 베니스도 공감…임흥순 씨 첫 은사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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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출품 다큐 영상 '위로공단' 으로
영상설치작가 임흥순 씨(46·사진)가 9일(현지시간) 개막한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의 국제전(본전시)에서 국내 작가로는 처음으로 ‘은사자상’을 받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임씨가 아시아 여성의 노동문제를 소재로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등에서 촬영한 95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영화작품 ‘위로공단(Factory Complex)’으로 이날 시상식에서 수상했다고 전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서는 그동안 국가관 전시에 참여한 전수천(1995), 강익중(1997), 이불(1999) 작가가 3회 연속 특별상을 받았으나 국가관이 아니라 본전시에 초청받은 한국 작가가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가천대(옛 경원대) 미대를 졸업한 임씨는 2002년 광주비엔날레에 다큐멘터리 영상작품 ‘멈춤’을 출품한 데 이어 2004년에는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을 내놓아 회화와 영화의 경계를 아우르며 독자적인 영상미학의 입지를 구축했다.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의 ‘올해의 예술상’에서 독립예술부문 우수상을 받은 그는 2010년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소외계층의 삶을 다룬 두 채널 비디오 작품 ‘추억록’을 출품해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 ‘위로공단’ 역시 ‘추억록’의 연장선에서 아시아 여성의 노동 문제를 다뤘다. 공장 근로자, 이주 노동자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점에서 국제 미술계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심사위원단은 “아시아 여성들의 노동 조건과 관계된 불안정성의 본질을 섬세하게 살펴보는 영상 작품”이라며 “자본 이동과 노동 변화에 따른 현실적 불안을 예술적 언어로 써내려간 새로운 역사 기록”이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임씨는 오랜 시간 봉제공장에서 일한 어머니와 자신을 지원해준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위로공단’은 임씨가 40년 넘게 봉제공장 ‘시다’로 일한 어머니와 백화점 의류 매장, 냉동식품 매장에서 일해온 여동생의 삶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노동 현실을 설명하기보다는 상황을 이야기해주면서 일종의 질문을 던지는 게 특징이다.
그는 수상 직후 “삶과 일터에서 신념을 가지고 살아온 많은 여성에게 감사드린다. 광주비엔날레에 3회 참여했는데 그런 경험들이 작가로서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됐다”며 “광주비엔날레가 나를 키웠다”고 말했다.
임씨의 이번 수상은 한국 영화의 외연을 세계 미술 영역으로 확장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미술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임씨의 작업은 그동안 회화와 조각, 설치작업에 의존해왔던 K아트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작가상인 황금사자상은 미국 뉴욕 출신 작가 에이드리언 파이퍼가 받았으며 국가관 황금사자상의 영예는 아르메니아에 돌아갔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임씨가 아시아 여성의 노동문제를 소재로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등에서 촬영한 95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영화작품 ‘위로공단(Factory Complex)’으로 이날 시상식에서 수상했다고 전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서는 그동안 국가관 전시에 참여한 전수천(1995), 강익중(1997), 이불(1999) 작가가 3회 연속 특별상을 받았으나 국가관이 아니라 본전시에 초청받은 한국 작가가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가천대(옛 경원대) 미대를 졸업한 임씨는 2002년 광주비엔날레에 다큐멘터리 영상작품 ‘멈춤’을 출품한 데 이어 2004년에는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을 내놓아 회화와 영화의 경계를 아우르며 독자적인 영상미학의 입지를 구축했다.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의 ‘올해의 예술상’에서 독립예술부문 우수상을 받은 그는 2010년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소외계층의 삶을 다룬 두 채널 비디오 작품 ‘추억록’을 출품해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 ‘위로공단’ 역시 ‘추억록’의 연장선에서 아시아 여성의 노동 문제를 다뤘다. 공장 근로자, 이주 노동자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점에서 국제 미술계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심사위원단은 “아시아 여성들의 노동 조건과 관계된 불안정성의 본질을 섬세하게 살펴보는 영상 작품”이라며 “자본 이동과 노동 변화에 따른 현실적 불안을 예술적 언어로 써내려간 새로운 역사 기록”이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임씨는 오랜 시간 봉제공장에서 일한 어머니와 자신을 지원해준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위로공단’은 임씨가 40년 넘게 봉제공장 ‘시다’로 일한 어머니와 백화점 의류 매장, 냉동식품 매장에서 일해온 여동생의 삶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노동 현실을 설명하기보다는 상황을 이야기해주면서 일종의 질문을 던지는 게 특징이다.
그는 수상 직후 “삶과 일터에서 신념을 가지고 살아온 많은 여성에게 감사드린다. 광주비엔날레에 3회 참여했는데 그런 경험들이 작가로서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됐다”며 “광주비엔날레가 나를 키웠다”고 말했다.
임씨의 이번 수상은 한국 영화의 외연을 세계 미술 영역으로 확장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미술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임씨의 작업은 그동안 회화와 조각, 설치작업에 의존해왔던 K아트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작가상인 황금사자상은 미국 뉴욕 출신 작가 에이드리언 파이퍼가 받았으며 국가관 황금사자상의 영예는 아르메니아에 돌아갔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