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누가 한국의 빌 게이츠가 될 것인가
지난 4월은 빌 게이츠가 폴 앨런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한 지 40년째 되는 달이다. 그는 자본금 1500달러의 MS를 세계 최고의 PC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시켰고, 792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세계 최고 거부가 됐다.

그의 인생에는 세 번의 커다란 전환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1981년 우여곡절 끝에 IBM PC 운영시스템으로 엠에스도스(MS-DOS)를 탑재시킨 것이다. 1985년에는 윈도 1.0을 출시해 화려한 윈도시대를 열었다. 1990년대는 MS의 황금기로 시가총액 1위 회사로 도약한다. 그는 정보기술(IT) 혁명의 아이콘으로 21세기 정보통신산업의 새로운 흐름을 선도했다. 1999년 저서 생각의 속도에서 모바일 디바이스, 사물인터넷, 온라인 대출, 가격 비교 사이트 등 15개 혁신기술이 미래 IT시대를 주도할 것으로 예측해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줬다.

두 번째 전환점은 2000년 부인과 함께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한 것이다. 그의 기부철학은 “주는 만큼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라”는 말로 요약된다. 지금까지 280억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2013년에도 26억5000만달러를 기부해 기부자 1위로 선정됐다. 게이츠 재단은 1223명의 직원과 435억달러의 기금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비영리법인으로 100개국 이상에 329억달러를 지원했다. 아동 예방접종 확대, 개발도상국 장학금 지원, 말라리아 백신 공급, 소아마비 퇴치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록펠러 재단을 벤치마킹해 지구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퇴치를 위해 5000만달러를 희사했다.

공교육 개혁과 이민정책에도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는 “교사가 교육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교사 평가 시스템과 우수 교사 양성 프로그램 및 대안학교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시험 성적 위주의 교사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동료교사와 학교장의 평가 등 포괄적 평가제도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개방적 이민정책이 우수한 글로벌 인재 영입을 촉진해 국가경쟁력을 높인다며 적극적인 이민 문호 개방을 촉구하고 있다. 워런 버핏과의 뉴욕타임스 공동 기고에서 전향적 비자정책과 시민권 부여를 역설했다.

세 번째 전환점은 위대한 투자자 버핏과의 만남이었다. 둘은 만나자마자 평생 동지가 됐다. 2010년에는 재산의 50% 이상을 기부하는 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를 공동 출범시켰다. 버핏은 게이츠 재단에 9회에 걸쳐 151억달러를 기부해 가장 든든한 우군이 됐다. 그들은 환상의 탁구 복식조일 뿐 아니라 기부의 역사를 새로 쓰는 기부 혁신의 위대한 동반자다.

MS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MS는 혁신 기업의 영광을 애플과 구글에 넘겨줬고 시가총액도 4위로 밀려났다. 독점에 안주해 혁신 마인드가 실종됐다. 그러나 작년에만 220억달러의 이윤을 창출했고 95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협업과 소통을 중시하는 사티아 나델라가 최고경영자가 되면서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세일즈포스닷컴의 마크 베니오프는 “나델라 취임 후 보다 개방적인 자세로 바뀌고 있다”며 재도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관료화된 중간관리층, 연구개발과 제조 부문의 반목, 부서 간 칸막이 문화는 극복해야 할 커다란 장애물이다. 기술고문으로 취임한 게이츠는 “성공은 쉽게 만족하지 않고 계속 전진할 때 온다”며 모바일과 크라우딩 중심의 신(新)MS를 제창하고 있다.

최근 한국 재계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자살,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구속 등으로 사회적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기업을 제대로 경영하지 못하면 죄를 짓는 것이다”고 경영인의 책무를 강조했다. 게이츠의 선행이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미국 사회에 한줄기 훈풍을 가져왔듯이 우리 국민도 기업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갈망하고 있다. 누가 한국의 빌 게이츠가 될 것인가.

박종구 < 초당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