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주당 몰락의 교훈] 일본 민주 '무상공약 부메랑'…정권 잃고 지지율 7% 소수당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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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공약으로 집권했지만…
아동수당·고교 무상교육·고속도로 무료 등
재원 마련 못해 공약 축소하거나 흐지부지
자민에 정권 뺏긴뒤 주요 선거 번번이 참패
아동수당·고교 무상교육·고속도로 무료 등
재원 마련 못해 공약 축소하거나 흐지부지
자민에 정권 뺏긴뒤 주요 선거 번번이 참패
일본 제1야당 민주당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 참패로 자민당에 정권을 내준 뒤 참의원과 중의원, 지방자치단체 등 세 차례 선거에서 줄줄이 패했다. 지난달 지방선거에서는 자민당에 24년 만에 광역지방의회 의석 과반을 내주고 여야 대결 구도로 이뤄진 홋카이도와 오이타현 지사 선거에서도 모두 고배를 마셨다. 지방 의석 수까지 쪼그라들면서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에 헌법 개정 선인 3분의 2 의석을 넘겨주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2009년 일본 헌정 사상 단일 정당 최대 의석(중의원 308석)을 확보했던 민주당이 6년 만에 소수당으로 전락한 것은 포퓰리즘 정책 실패의 후유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日 민주당의 ‘39개월 천하’
민주당은 진보성향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 나오토(菅直人) 등 사회민주당과 신당사키가케 등에서 이탈한 의원이 1996년 9월 창당했다. 2000년 6월 중의원(총 475석) 선거에서 127석을 얻어 제1야당으로 올라선 뒤 2003년에는 177석까지 의석 수를 불렸다. 일본 정계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가 이끄는 자유당까지 합류하면서 자민당 아성을 위협하는 거대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2007년에는 참의원(총 242석) 선거에서 109석을 획득해 제1당으로 우뚝 섰다. 여세를 몰아 2009년에는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라는 구호로 정권 쟁취에 성공했다. 토목공사 등 공공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복지 지출을 늘리겠다는 선거공약이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집권 첫 총리인 하토야마 총리가 대미(對美) 외교 실패로 9개월 만에 물러나고, 뒤를 이은 간 총리도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위기관리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14개월 만에 낙마했다. 세 번째로 등판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소비세 인상을 들고 나왔지만 민주당 정권 몰락의 계기만 제공했다. 민주당은 2012년 중의원 선거에서 창당 초기의 의석을 간신히 웃도는 57석을 얻는 데 그쳐 자민당에 정권을 다시 빼앗겼다.
○대책 없는 선심 공약이 패착
일본 민주당의 몰락은 예고된 것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공약으로 내세운 선심 복지정책들이 대부분 실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2009년 총선을 앞둔 민주당은 월 2만6000엔의 아동수당 지급, 공립고등학교 무상교육,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등 복지 공약을 쏟아냈다. 월 7만엔의 최저연금 보장, 75세 이상 고령자 무상의료, 농가 생산-판매비 차액 보상, 고용보험 비정규직 확대 등도 포함됐다.
문제는 재원이었다. 연간 16조8000억엔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 공약이었지만 세금은 한 푼도 더 걷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예산 효율화와 세제 개혁 등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재원 확보 금액은 2010년 9조8000억엔, 2012년엔 4조4000억엔에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세수가 덜 걷힌 탓도 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자연스레 공약 수정으로 이어졌다. 아동수당은 2011년 공약의 절반인 1만3000엔만 지급하다가 2012년부터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도 일부에서만 시행하다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중단했다. 외교 관련 내용을 제외한 149개 공약 중 시행된 것은 3분의 1 수준인 51건에 불과했다. 나카키타 고지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결과적으로 민주당 공약은 ‘거짓말쟁이의 대명사’로 불리는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야당 존재감마저 상실
자민당 정권이 출범한 지 2년5개월이 지났지만 민주당은 점점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10% 전후에서 등락을 거듭했지만 올해는 더 떨어졌다. 지난달 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율은 41%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7%에 그쳤다. 당 지지율이 낮다 보니 선거에서 후보도 제대로 못내고 있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 때도 295개 소선거구 중 178개에서만 후보를 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최근 미국 의회 연설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안보법제 시행 시기를 국내 논의 전에 약속할 수 있었던 것도 민주당이 견제 세력으로 의미를 상실한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日 민주당의 ‘39개월 천하’
민주당은 진보성향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 나오토(菅直人) 등 사회민주당과 신당사키가케 등에서 이탈한 의원이 1996년 9월 창당했다. 2000년 6월 중의원(총 475석) 선거에서 127석을 얻어 제1야당으로 올라선 뒤 2003년에는 177석까지 의석 수를 불렸다. 일본 정계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가 이끄는 자유당까지 합류하면서 자민당 아성을 위협하는 거대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2007년에는 참의원(총 242석) 선거에서 109석을 획득해 제1당으로 우뚝 섰다. 여세를 몰아 2009년에는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라는 구호로 정권 쟁취에 성공했다. 토목공사 등 공공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복지 지출을 늘리겠다는 선거공약이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집권 첫 총리인 하토야마 총리가 대미(對美) 외교 실패로 9개월 만에 물러나고, 뒤를 이은 간 총리도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위기관리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14개월 만에 낙마했다. 세 번째로 등판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소비세 인상을 들고 나왔지만 민주당 정권 몰락의 계기만 제공했다. 민주당은 2012년 중의원 선거에서 창당 초기의 의석을 간신히 웃도는 57석을 얻는 데 그쳐 자민당에 정권을 다시 빼앗겼다.
○대책 없는 선심 공약이 패착
일본 민주당의 몰락은 예고된 것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공약으로 내세운 선심 복지정책들이 대부분 실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2009년 총선을 앞둔 민주당은 월 2만6000엔의 아동수당 지급, 공립고등학교 무상교육,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등 복지 공약을 쏟아냈다. 월 7만엔의 최저연금 보장, 75세 이상 고령자 무상의료, 농가 생산-판매비 차액 보상, 고용보험 비정규직 확대 등도 포함됐다.
문제는 재원이었다. 연간 16조8000억엔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 공약이었지만 세금은 한 푼도 더 걷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예산 효율화와 세제 개혁 등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재원 확보 금액은 2010년 9조8000억엔, 2012년엔 4조4000억엔에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세수가 덜 걷힌 탓도 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자연스레 공약 수정으로 이어졌다. 아동수당은 2011년 공약의 절반인 1만3000엔만 지급하다가 2012년부터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도 일부에서만 시행하다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중단했다. 외교 관련 내용을 제외한 149개 공약 중 시행된 것은 3분의 1 수준인 51건에 불과했다. 나카키타 고지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결과적으로 민주당 공약은 ‘거짓말쟁이의 대명사’로 불리는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야당 존재감마저 상실
자민당 정권이 출범한 지 2년5개월이 지났지만 민주당은 점점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10% 전후에서 등락을 거듭했지만 올해는 더 떨어졌다. 지난달 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율은 41%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7%에 그쳤다. 당 지지율이 낮다 보니 선거에서 후보도 제대로 못내고 있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 때도 295개 소선거구 중 178개에서만 후보를 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최근 미국 의회 연설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안보법제 시행 시기를 국내 논의 전에 약속할 수 있었던 것도 민주당이 견제 세력으로 의미를 상실한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