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산길 2 - 이성복 (1952~)
한 사람 지나가기 빠듯한 산길에 아카시아 우거져 드문드문 햇빛이 비쳤습니다 길은 완전히 막힌 듯했습니다 이러다간 길을 잃고 말 거라는 생각에, 멈칫멈칫 막힌 숲속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렇게 몇 번이나 떨면서, 가슴 조이며 우리는 산길을 내려왔습니다 언제나 끝났다고 생각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었지요


시집 《그 여름의 끝》(문학과지성사) 中

인생이란 길은 늘 넓고 환하지만은 않지요. 고비의 순간마다 눈앞은 캄캄하고 바로 앞이 낭떠러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주저앉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한 걸음씩 옮기다 보면 어느새 맑고 푸른 하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삶이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란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아침입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