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에다 중증 치매까지 앓던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가 지난주 별세하면서 무리한 법집행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88세 고령인 이씨는 정상적인 수감생활이 불가능한데도 수감, 형집행정지, 재수감을 거듭해야 했다. 만약 이씨가 일반인이었다면 고령에 중병임을 감안해 재수감 대신 병원치료를 받게 했을 것이란 게 법조계 의견이다. 오죽하면 사법 치사(致死)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누구나 죄를 지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수감 중에는 다 죽을 것 같던 정치인 기업인 등이 막상 풀려나면 멀쩡하게 다니는 모습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법집행에도 정상참작이란 게 있다. 인지능력도 없는 88세 노인을 굳이 재수감해서 뭘 얻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씨의 아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간암 3기라고 한다. 기업인이라면 일말의 고려 없이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것은 공권력의 오·남용이다.

기업인 사면·가석방 논란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인이라고 특혜를 받아선 안 되지만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무리한 재수감 끝에 사망한 이씨의 경우를 보면 법과 원칙 위에 대중정서가 있는 것 같다. 이씨도 그렇지만 신장이식 부작용이 심각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재수감 결정도 영남제분 회장 부인의 호화 병실생활로 인한 여론 악화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부가 검토했던 기업인 가석방 논의도 소위 ‘땅콩회항’과 성완종 특별사면 논란 속에 없던 일이 돼버렸다.

경제민주화 바람에 기업인 대상 기획수사와 사정 선풍을 벌여왔던 법조다. 법 위반 기업인은 예외없이 구속돼 중형을 받았다. 더구나 사법(私法)의 영역까지 형사범죄로 처벌하니 경영활동은 도처에 지뢰밭이다. 경영판단까지 업무상 배임죄로 걸고, 뒤지다 안 나오면 별건수사로 엮어넣는 식이면 멀쩡한 사람도 견디기 어렵다. 제2, 제3의 이선애가 나와야만 이 광풍이 멈춰질 것인가. 무전유죄만큼이나 유전중죄(有錢重罪)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