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대회 때문에 가구 배송 못 합니다"
지난달 28일 직장인 박모씨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가구업체 디자인벤처스였다. “5월18일 월요일 예정된 배송은 어렵게 됐습니다. 체육대회가 잡혀서요.”

박씨는 당황했다. 그는 이삿날에 맞춰 석 달 전 소파 등을 500만원어치 주문했다. 16일이나 17일 주말 배송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박씨는 어쩔 수 없이 이사 다음날 반차를 내기로 했다. 그는 “체육대회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디자인벤처스의 배송 취소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가구업체들은 회사 일정이 있으면 공지를 하고 배송 일정을 잡지 않는다. 가구는 고객이 직접 받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벤처스는 사전 공지 없이 주문을 받고 20일 전 돌연 취소했다.

업체는 “직원 화합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이 회사는 매년 한 번 체육대회를 개최한다. 작년엔 세월호 참사로 열지 못했다.

디자인벤처스는 “이 영향으로 올해 개최 여부도 늦게 정해졌다”며 “18일은 4대 백화점 정기휴일로 전 직원이 쉴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도 하다”고 해명했다.

별도 배송 여부에 대해서도 말이 엇갈린다. 회사는 “반드시 이날 가구를 받아야 하는 고객에겐 별도 차량 배치를 통해 배송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객들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보상 문제에 대한 시각차도 있다. 디자인벤처스는 “취소 및 환불이 가능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은 이는 적절한 조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고객이 피해를 입었으면 최소한의 보상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원목가구인 이 회사 제품은 가격이 비싼 편인데 서비스 수준은 낮은 것 같다”며 “직원을 아끼는 만큼 고객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990년 설립된 디자인벤처스는 지난해 매출 406억원을 기록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