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문대로 반 할의 손을 잡은 데파이(사진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무성했던 소문이 현실이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네덜란드의 신성 멤피스 데파이 영입에 성공했다. 이적료는 기본 2750만 유로, 옵션 달성 여부에 따라 3200만 유로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알려진 대로, 데파이는 루이스 반 할 감독과 인연이 깊은 선수다. 데파이를 처음 국가대표팀에 발탁했던 감독이 반 할이었을 뿐만 아니라, 빅리그 이적설이 떠돌던 작년 여름 데파이가 조언을 요청했던 인물이 반 할 감독이었을 정도로 인간적인 유대를 형성하고 있다. PSV를 떠날 것이 확실시됐던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맨유가 데파이의 유력 행선지로 꼽혔던 것은 반 할 감독과 데파이의 인연에 바탕을 둔 예상이었다.



그러나 반 할 감독이 데파이를 원했던 것을 단순한 ‘애제자 품기’로 볼 수는 없다. 수비 불안과 수비형 미드필더 부재 등의 문제에 가려졌지만, 맨유는 올 시즌 내내 공격적인 면에서도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왔다. 대부분의 A급 드리블러들이 이미 빅클럽에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데파이는 공격력 강화를 위해 맨유가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맨유는 데파이를 전술적으로 어떻게 활용할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높은 61.3%의 볼 점유율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반 할 감독은 볼 소유를 중시하는 지도자다. 안정적인 패스를 바탕으로 공격을 전개하다가 앞 선에 공간이 나면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여 상대 수비를 무너뜨린다.



그렇기 때문에 반 할 감독의 축구에서는 후방에서 볼을 순환시키다가 전방에 공간이 생겼을 때 빠르고 정확한 전진 패스를 찔러줄 수 있는 선수와 전방에서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여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반 할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절, 네덜란드의 전술 핵심이 케빈 스트루트만과 아르옌 로벤이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올 시즌 맨유에는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볼을 순환시키고 전진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마이클 캐릭은 부상으로 시즌의 절반 이상을 결장했고, 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어 주리라 기대했던 앙헬 디 마리아는 시즌 내내 부진했다. 맨유가 올 시즌 극과 극을 오가는 경기력을 보인 데는 반 할 감독의 축구철학을 실현시킬 수 있는 핵심선수들의 부재가 주요 원인이었던 셈이다.



이런 점에서 데파이의 영입은 다음 시즌 맨유의 행보를 기대케 한다. 데파이는 올 시즌 맨유에게 부족했던 전방에서의 공격 속도를 높여줄 수 있는 자원이다. 리오넬 메시나 아르옌 로벤, 에당 아자르와 같은 탁월한 드리블러는 아니지만 스피드와 테크닉, 피지컬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개인 능력으로 템포를 끌어올릴 수 있는 선수다. 드리블러가 애쉴리 영 한 명에 불과했고, 영조차도 측면을 통한 볼 운반에 국한됐던 맨유 입장에서는 데파이의 가세가 큰 힘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데파이는 맨유 공격에 역동성과 다양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다. 올 시즌 맨유의 공격은 정적이고 측면에 편중된 경향이 있었다. 영은 측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고, 후안 마타는 중앙 지향적이지만 역동적인 선수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파이는 개인 돌파와 원투 패스를 활용한 중앙 침투 등 동적인 플레이에 능한 선수다. 올 시즌 내내 맨유가 느꼈던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선수인 것이다.



네덜란드 리그와 프리미어리그의 수준 차이를 감안하면, 데파이가 당장 맨유라는 거함에서 핵심 선수로 활약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스타일 면에서, 데파이가 반 할 감독의 축구 철학에 부합하는 선수임은 분명하다. 반 할 감독의 애제자 데파이를 품은 맨유가 다음 시즌 얼마나 발전한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정진호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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