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입체파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세계 미술품 경매 역사를 새로 썼다. 피카소의 1955년작 유화 ‘알제의 여인들(Les Femmes d’Alger·114×146.4㎝)’은 11일 밤(현지시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7936만5000달러(약 1968억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돼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현장을 지켜본 배혜경 홍콩크리스티 한국사무소장은 “‘알제의 여인들’은 경매 시작 후 11분간의 치열한 전화 경합 끝에 종전 최고가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에 낙찰됐다”고 전했다.

낙찰자의 구체적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종전 최고가 작품은 2013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4240만달러(약 1562억원)에 팔린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의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였다.

‘알제의 여인들’은 피카소가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가 1836년에 그린 동명의 작품을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해낸 연작 15점 중 마지막 버전이다. 한동안 미국 유명 컬렉터인 빅터 갠즈가 소장했다가 1997년 3190만달러에 판 뒤 영국 런던 테이트브리튼 등 유명 미술관에 전시됐다.

크리스티는 이날 경매에서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클로드 모네, 피터 도이그,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등 대가들의 작품이 고가에 팔리면서 총 7억달러(약 76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코메티의 청동상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는 1억4130만달러(약 1549억원)에 팔려 조각 작품 가운데 사상 최고가 경매 낙찰 기록을 세웠다. 모네의 1900~1901년작 ‘의사당, 일몰’(4050만달러), 로스코의 추상화(4050만달러) 등도 높은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