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최홍림, 나이 오십에도 270야드 장타 '펑펑'…"산전수전 다 겪은 '강심장'이에요"
“멘탈만큼은 누구한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올해 50위권 안에 들어 내년엔 코리안투어에 입성해 허인회 선수와 장타 경쟁을 벌이고 싶습니다.”

‘개그맨 프로골퍼 1호’ 최홍림(50·애플라인드·사진)이 한국프로골프(KPGA) 정식 투어 프로 데뷔전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 12일 올 시즌 시니어투어 개막전인 ‘2015 볼빅KPGA챔피언스투어’ 대회에서 120명의 쟁쟁한 현역 투어 선수를 제치고 1라운드 단독 선두(이븐파)로 치고 나간 데 이어 13일 결선에서도 공동 15위(8오버파)로 경기를 마쳤다.

연예인이 정규투어 대회 한 라운드 선두를 기록한 건 KPGA 역사상 처음이다. ‘골프 좀 친다’던 그가 말로만 싱글이 아니라 정상급 프로골퍼임을 입증한 것이다. 챔피언스투어는 KPGA 시니어 프로들의 ‘꿈의 무대’다. 최광수 김종덕을 비롯해 박남신 신용진 등 코리안투어를 호령했던 ‘전설’들이 이번 대회에 모두 출전했다. 최홍림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만 50세가 되길 손꼽아 기다렸다”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30일 대회 예선인 Q스쿨을 3위(1언더파)로 통과해 올 시즌 챔피언스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대학개그제 출신인 그는 1980년대 후반 MBC 코미디 프로그램 ‘청춘만만세’에서 박미선과 호흡을 맞춘 ‘청춘교실’로 스타가 됐다. 하지만 외환위기 무렵 도박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다 도망치듯 미국행을 택했다. “도박을 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미국행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골프와 인연을 맺은 건 미국 골프 중계방송을 접하면서부터였습니다. 묘한 매력에 눈을 뗄 수 없었어요. 홀에 넣기만 하면 된다는 단순함이 좋았거든요. 저 운동만 잘하면 한국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죠.”

연습장에서 하루 16시간씩 스윙에 매달렸다. “남들이 하는 걸 유심히 관찰해 나만의 패턴을 찾는 데 주력했습니다. 스윙 원리를 어깨너머로 깨친 겁니다.”

그의 베스트 스코어는 강원 원주의 센추리21CC에서 올린 9언더파다. 홀인원 1개와 이글 1개, 버디 7개를 ‘신들린 듯’ 잡아냈다. 하지만 그는 연습을 많이 하지 않는 골퍼로 유명하다. 원리를 터득하면 연습은 패턴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자신만의 일정한 패턴을 찾고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볼을 맞추는 데만 치중하다보면 볼 방향과 거리 등에 따라 몸이 기억하는 감각도 들쭉날쭉해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거든요.”

그만의 연습장 활용법이 흥미롭다. “일반 잔디는 쓸어치고, 양잔디는 과감하게 찍어쳐야 하는데 아마 골퍼들이 이 차이를 몰라 헤매는 경우가 많아요. 푹신한 연습장 매트에선 찍어치기를, 딱딱한 고무 매트에서는 볼만 딱 떠내는 쓸어치기 연습을 자주 하면 좋습니다.”

그의 평균 비거리는 270야드 안팎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한 ‘몸 피팅’ 덕분이란다. 최홍림은 “많은 전문가가 근육량을 키우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정교한 스윙 운동인 골프와 상극이라고 말리지만 근력이 뒷받침돼야 거리가 는다”며 “웨이트 트레이닝 5년에 10야드는 늘어난다”고 자신했다.

올 시즌 목표는 모든 대회의 커트 통과다. 상금 순위 50위 안에 들면 내년 챔피언스투어 풀시드는 물론 상위 리그인 코리안투어 정회원 자격도 얻는다. 현재 준회원(세미프로)인 그의 오랜 꿈이다. 그는 “프로골퍼의 수입은 생업인 방송을 접고 ‘올인’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이진 않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시너지를 낼 방법을 찾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2010년 66세의 톰 왓슨이 브리티시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걸 감명 깊게 봤어요. 이번 대회 성과가 국내 시니어 골퍼들에게 ‘나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개그맨 최홍림, 나이 오십에도 270야드 장타 '펑펑'…"산전수전 다 겪은 '강심장'이에요"
그의 캐디백 속엔 드라이버가 두개?

최홍림은 두 개의 드라이버를 쓴다. 비거리용(야마하/9.5도/S/샤프트 58g)과 정확도가 생명인 페어웨이 공략용(캘러웨이/10.5도/S/샤프트 68g)이다. 본인의 근력이 강하기 때문에 샤프트 무게가 더 나가는 클럽이 직진성을 높여 페이드 구질을 보완해 준다. 특이하게 아이언세트(야마하 D시리즈) 중 4번 채만 그라파이트 클럽을 쓴다. 거리보다 정확성을 높이는 게 효과적인 코스 공략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3번우드와 유틸리티는 야마하 제품이며, 퍼터는 2013년 미국 PGA투어 페덱스컵 우승자인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이 사용한 피레티를 쓴다.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