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와 생동감 가득한 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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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리뷰 - 안스네스·말러체임버 '베토벤 여행'
전체는 단순히 부분을 모두 더한 것보다 컸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 한 명 한 명의 긴밀한 호흡이 공연장을 가득 메우자 인간적이고 시적인 베토벤이 탄생했다. 지난 12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음악당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와 말러체임버오케스트라의 ‘베토벤 여행’ 공연에서다.
이들은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 베토벤 여행의 마무리 단계에서 한국을 찾았다. 그동안 세계 16개국 34개 도시에서 61회의 공연을 함께했다. 합창환상곡을 포함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을 공연하고 녹음했다.
안스네스와 말러체임버는 일체감 있는 연주로 이름이 나 있다. 이날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1번 C장조와 5번 E플랫 장조 ‘황제’에서도 단원 간 끈끈한 호흡이 돋보였다. 오케스트라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였다. 곡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넘어 베토벤 협주곡 자체가 주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온기와 생동감이 가득했다.
안스네스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자신의 파트를 연주하다가 손을 들어 지휘에 몰입했다. 피아니스트가 지휘를 겸하는 편성은 흔치 않다. 본연의 연주에 집중하기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안스네스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를 오가며 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연주에 몰입하는 피아니스트와 달리 그는 종종 고개를 들어 단원들을 바라봤다. 지휘를 하지 않을 때도 단원들은 그와 시선을 마주치며 곡의 흐름을 읽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1997년 창단한 말러체임버오케스트라에는 음악감독이나 수석 지휘자가 없다. 2011년 대니얼 하딩을 종신 명예지휘자로 추대한 뒤 투어 오케스트라의 특성과 단원들의 민주적 성향을 고려해 후임을 뽑지 않았다. 안스네스는 ‘예술적 동반자’라는 다소 낯선 명칭으로 이들과 동행하고 있다. 방랑 유전자를 지닌 듯한 단원들과 뒤늦게 베토벤의 매력에 빠진 안스네스의 결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대장정은 클래식 팬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대장정 도중에 녹음한 음반에 대해 그라모폰은 “할 말은 하나뿐이다. 가서 사라”는 다소 과격한 추천평을 남겼다.
이들은 한국 1회 공연에 이어 일본 시즈오카와 도쿄에서 아시아투어를 진행한다. 올여름 노르웨이와 런던 프롬스에서 베토벤 여행을 마무리한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이들은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 베토벤 여행의 마무리 단계에서 한국을 찾았다. 그동안 세계 16개국 34개 도시에서 61회의 공연을 함께했다. 합창환상곡을 포함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을 공연하고 녹음했다.
안스네스와 말러체임버는 일체감 있는 연주로 이름이 나 있다. 이날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1번 C장조와 5번 E플랫 장조 ‘황제’에서도 단원 간 끈끈한 호흡이 돋보였다. 오케스트라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였다. 곡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넘어 베토벤 협주곡 자체가 주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온기와 생동감이 가득했다.
안스네스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자신의 파트를 연주하다가 손을 들어 지휘에 몰입했다. 피아니스트가 지휘를 겸하는 편성은 흔치 않다. 본연의 연주에 집중하기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안스네스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를 오가며 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연주에 몰입하는 피아니스트와 달리 그는 종종 고개를 들어 단원들을 바라봤다. 지휘를 하지 않을 때도 단원들은 그와 시선을 마주치며 곡의 흐름을 읽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1997년 창단한 말러체임버오케스트라에는 음악감독이나 수석 지휘자가 없다. 2011년 대니얼 하딩을 종신 명예지휘자로 추대한 뒤 투어 오케스트라의 특성과 단원들의 민주적 성향을 고려해 후임을 뽑지 않았다. 안스네스는 ‘예술적 동반자’라는 다소 낯선 명칭으로 이들과 동행하고 있다. 방랑 유전자를 지닌 듯한 단원들과 뒤늦게 베토벤의 매력에 빠진 안스네스의 결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대장정은 클래식 팬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대장정 도중에 녹음한 음반에 대해 그라모폰은 “할 말은 하나뿐이다. 가서 사라”는 다소 과격한 추천평을 남겼다.
이들은 한국 1회 공연에 이어 일본 시즈오카와 도쿄에서 아시아투어를 진행한다. 올여름 노르웨이와 런던 프롬스에서 베토벤 여행을 마무리한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