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일반 소비자와 기업 고객을 동시에 공략하는 ‘B2B2C’를 제시할 계획이다.

삼성은 오는 19일부터 4주간 사내 방송을 통해 전 계열사 임직원에게 B2B2C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B2B2C는 기업 간 거래를 의미하는 B2B와 기업과 소비자 간 시장을 뜻하는 B2C를 합친 말이다. 삼성이 이 같은 개념을 그룹 차원에서 핵심 경영전략으로 강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 삼성의 경영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B2B2C 시대 준비 나선 삼성

13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이 사내방송을 통해 강조할 ‘B2B2C 시리즈’는 크게 4부작으로 나뉜다. 우선 1부는 ‘게임의 룰이 바뀐다’는 제목으로 기존 B2C 중심 경영으로는 삼성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부에선 B2B 시대의 새로운 흐름으로 플랫폼(비즈니스 생태계의 중심)과 솔루션을 소개하고 3, 4부에선 B2B 브랜드 전략·마케팅과 B2B2C 시대에 누가 주인공이 될 것인지 등을 다룰 계획이다.

삼성이 미래 비즈니스 핵심으로 B2B2C를 들고 나온 것은 기존 B2C 중심 사업 체제로는 삼성이 지금보다 한 단계 도약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5의 판매 부진으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감소한 게 대표적이다.

반면 B2B는 경기나 소비자 취향에 따라 급변하는 B2C시장과 달리 한번 시장에 진입하면 안정적으로 꾸준하게 이익을 낼 수 있다. 미국 IBM이 B2C사업인 PC를 버리고 정보기술(IT) 컨설팅 등 B2B 기업으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IT업계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게 좋은 예다.

그렇다고 삼성이 B2B만 할 수도 없다는 게 현실이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을 제외하면 매출의 대부분을 스마트폰, 가전 등 일반 소비자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B2B2C는 삼성의 이런 고민을 담고 있다. 기존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B2C의 장점을 살리면서 B2B에도 무게중심을 싣자는 의미다.

◆B2B 강화 방안 마련 지속

삼성은 이미 일부 사업에서 B2B2C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갤럭시S6 스마트폰을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판매하면서도 보안 프로그램인 녹스(KNOX) 등을 활용해 B2B시장도 공략하고 있는 게 단적인 사례다. 삼성은 최근 갤럭시S6를 활용해 기업 고객시장을 뚫기 위해 톰슨로이터, 시스코 등과 접촉하고 있다. 가령 톰슨로이터의 금융 정보를 갤럭시S6에 싣게 되면 금융사 등 기업 고객을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전통적인 B2B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휴대용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의 앞선 반도체 기술을 적용한 이 제품은 기업 고객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이 최근 해외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고 있는 것도 B2B2C 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 삼성은 작년과 올해 캐나다 프린터온, 브라질 심프레스 등 프린팅 솔루션 업체를 사들였다.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 단위로 프린터와 각종 프린터 관련 기기, 프린팅 서비스를 통합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B2B와 B2C를 두루 잘하는 기업, 즉 B2B2C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며 “삼성도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