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따라하고 싶은 나라'란 남미의 찬사
밖에서 보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성공과 번영의 길을 닦아 온 것이 사실인 모양이다. 산업화의 땀과 민주화의 피 그리고 여기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눈물로 만든 역사가 그렇다.

지난달 20일 저녁, 박근혜 대통령의 남미순방 두 번째 나라 페루의 대통령 초청 만찬에서였다. 오얀타 우말라 페루 대통령은 주한페루대사관에서 무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한국에 대한 생생한 기억을 바탕으로 만찬사를 했다. 우말라 대통령은 한국을 가리켜 “(뛰어)넘을 수는 없을지라도 정말로 모방하고 또 따라하고 싶은 나라”라며 “한국의 대통령과 역대 최대 규모의 순방팀이 페루를 방문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로 건배제의를 이어갔다.

참으로 기분 좋은 말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내수와 수출의 활력 상실, 엔저 현상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경제활성화법안 하나 처리하지 못하는 정치권 등 나라 안의 어려운 사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이 있고, 공히 유례없는 성과를 이루는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번영과 성공을 이뤘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요 역사다. 밖에서는 한국의 이런 산업화·민주화 과정을 따라하고 싶다고 하는데, 안에서는 그 어떤 세력도 상대방을 따라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으니 그것도 세계에서 유례없는 일임이 분명하다.

이제는 한반도 안팎의 상황을 직시하고, 오로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진정으로 부러워하는 한국의 미래를 위해 모두들 취할 것은 취하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아야 한다. 그 어떤 세력에도 국민의 생존권을 뒤흔들 권한과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음을 알아야 한다.

이번 박 대통령 순방길의 남미 국가들이 열광한 것은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전략수립이 최고 수준이고, 민관의 협조가 원활하며, 정부가 핵심적인 역할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를 받으며 1 대 1 기업상담을 통해 신(新)시장 진입을 도모하고,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며, 우리 기업들의 애로사항 해소와 함께 선진국들과 기술협력을 주선하는 등 제법 두둑한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국내에 돌아와 순방 성과의 빛이 바래는 것을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기업인들이 대통령 순방길에 동행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부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를 격려하고 용기를 주며 진행과정이나 성과에 대해 더 적극적인 성원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이번 대통령 남미순방팀은 새로운 ‘한류(韓流)순방팀’이란 개척자의 명성을 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 기업인들은 심기일전(心機一轉)해 고부가가치 신(新)산업 분야로 시장을 확대하고, 한류 확산과 청년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특히 중견·중소기업들은 글로벌시장 진출 역량을 높여 나가야 한다. 이는 기업인들만의 노력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정치, 사회를 이끄는 모든 지도자들의 합심과 노력이 필수적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미국판 다보스포럼인 ‘2015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는 ‘미국 최대의 적(敵)은 포퓰리즘과 정쟁으로 마비된 워싱턴 정치권이고, 이들이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악재’란 진단을 내렸다. 우리 정치는 절대 이런 평가를 받지 않기를 갈망한다. 포퓰리즘과 투쟁 일변도의 정쟁에서 벗어나 대타협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한국의 저력을 세계에 당당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한국은 분명 ‘보통나라’가 아니다. 그 가능성과 기회를 이번 순방길에서 분명하게 보고 느꼈다.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