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메이커 운동'의 힘
필자가 창업한 에이팀벤처스는 3차원(3D) 프린터를 제조하는 신생기업이다. 더 나아가 이 회사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자 한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2000년대 초부터 급속히 발전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 개발자들은 자신의 제품 설계도와 소스코드를 공개한다. 집단지성의 힘을 믿으며, 공유문화가 혁신을 가속화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3D 프린터 열풍도 오픈소스 하드웨어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2009년 3D 프린터 분야의 핵심 특허 중 하나인 압출적층(FDM) 특허가 만료되면서 FDM 기술을 누구든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영국 배스대 기계공학과 교수였던 에이드리언 보이어는 저렴한 보급형 3D 프린터 개발에 앞장섰다. 그는 ‘렙랩(RepRap) 프로젝트’를 통해 다국적 엔지니어와 함께 3D 프린터의 설계도 및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 덕분에 일반인도 부담 없이 전자회로를 구성한다. 요즘엔 스스로를 ‘메이커(maker)’라 규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예전에 서울 세운상가에서 라디오부품을 사 조립하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된다.

최근의 메이커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로 무장해 핵심 기능을 쉽게 구현한다. 컴퓨터로 그린 도면으로 3D 프린터나 레이저커터 등 디지털 제작장비를 활용해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어낸다. 이런 흐름이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이다.

미국 정부는 메이커 운동이 혁신과 창조의 요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메이커들의 축제인 ‘메이커 페어(Maker Fair)’가 성대하게 열렸다.

한국 정부에서도 3D 프린팅 기술에 많은 자금을 지원한다고 한다. 무척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3D 프린터는 나무일 뿐이다. 나무를 감싸는 숲을 봐야 한다. 더 넓은 시야를 갖고 메이커 운동이 이끌고 있는 새로운 혁신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고산 < 에이팀벤처스·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 hardtodecide@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