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주스회사 인수…'몬스터 이미지' 마케팅 주효…美 2위 에너지음료 회사 일궈
몬스터베버리지는 최근 몇 년간 미국 음료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된 기업이다. 오렌지주스와 소다수를 팔던 조그만 음료회사에서 미국 2위의 에너지음료 회사로 가파르게 성장하면서다. 몬스터베버리지는 ‘몬스터 에너지’라는 브랜드로 2013년 기준 미국 에너지음료 시장의 35.1%를 차지했다. 오스트리아 기업 레드불의 42.9%에 이어 시장 2위였다. 이런 성장성을 높이 사 코카콜라는 작년 8월 몬스터베버리지 지분 16.4%를 21억5000만달러(약 2조300억원)에 매입했다. 이 시장에서 불과 5%의 점유율만을 차지하던 코카콜라는 단번에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게 됐다. 이 회사는 처음에 핸슨즈 내추럴 소다라는 이름으로 193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세워졌다. 중간에 이름을 몬스터베버리지로 바꾸고 시가총액 225억달러(약 25조원)의 잘나가는 에너지음료 회사로 탈바꿈한 과정 뒤에는 로드니 색스 몬스터베버리지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평범한 변호사에서 기업가로

색스 CEO는 1989년 미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기 전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평범한 변호사였다. 남아공에서 태어나 요하네스버그의 비트바테르스란트대를 졸업했고 이후 웍스만스라는 로펌에서 최연소 파트너 변호사가 됐다.

문득 자기 사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건 현재 몬스터베버리지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있는 힐튼 슐로스버그를 동업자로 만나면서다. 그리고 둘은 가족을 데리고 1989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의 나이 서른아홉이던 해다. 그동안 모은 돈과 가족 및 친구에게 빌린 돈 600만달러로 껍데기뿐인 회사를 하나 샀다. 이를 기반으로 다른 회사를 인수하려는 목표였다.

처음엔 포장 사업에 뛰어들려 했다. 그러나 적당한 가격에 매물로 나와있는 회사를 찾지 못했다. 시간은 흘렀다. 그러다 1992년 한 투자은행으로부터 괜찮은 매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음료회사인 핸슨즈 내추럴 소다였다. 1988년 한 번 파산 선고를 받고 빚더미에 올라있던 회사였다.

핸슨즈 내추럴 소다의 당시 매출은 1710만달러, 순이익은 56만달러였다. 작년 몬스터베버리지가 매출로 약 25억달러, 순이익으로 약 5억달러를 올린 것과 비교하면 보잘것없던 수준이다. 색스와 슐로스버그는 이 회사를 사기로 결정했다. 회사가 지고 있던 빚 1200만달러를 함께 인수하는 조건으로 171만달러를 지급했다.

독특한 마케팅으로 강렬한 인상 남겨

핸슨즈 내추럴 소다 CEO가 된 색스는 1997년 에너지음료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1987년 생겨난 레드불이 유럽 시장을 휩쓴 데 이어 1997년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보면서다. 가장 처음은 아니었지만, 너무 늦은 것도 아니었다. 레드불 진출과 함께 미국에서도 막 에너지음료 붐이 일었기 때문이다. 그해 출시된 핸슨즈 내추럴 소다의 에너지음료 제품 몬스터 에너지도 예상보다 빨리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다른 제품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독특한 제품 콘셉트가 주효했다. 검은 캔에 몬스터를 뜻하는 M을 발톱으로 할퀸 모양으로 표현했다.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핸슨즈 내추럴 소다가 오랫동안 써왔던 슬로건인 ‘자연으로 만든, 사람 손으로 짠’도 ‘네 안의 괴물(몬스터)을 해방시켜라’라는 보다 공격적인 문구로 바뀌었다. 실제로 몬스터 에너지를 마신 사람들은 “마시다 보니 어느새 눈이 초롱초롱해져 있더라”며 효과에 만족감을 표했다. 다른 에너지음료 제품보다 카페인이 더 들어간 것은 아니다. 강렬한 제품 이미지 덕에 그런 효과가 극대화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같은 값에 더 많은 양을 주는 전략도 성공에 보탬이 됐다. 색스 CEO는 ‘크기는 중요하다’는 광고 문구를 앞세웠다. 일반적인 250㎖ 용량의 두 배인 500㎖짜리 캔을 더블 사이즈라 부르며 주력으로 삼았다. 가격은 레드불의 250㎖ 제품과 같은 한 캔당 1.99달러였다. 레드불과 같은 값에 더 많은 양을 마실 수 있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의 손은 몬스터 에너지로 향했다. 그는 더 나아가 710㎖짜리 제품을 내놓고 조금씩 나눠마시라고 캔에 마개까지 달아놓았다.

“카페인, 스타벅스 커피 절반” 정면돌파로 승부

2002년 회사 이름을 몬스터베버리지로 바꾸고 승승장구하던 색스 CEO는 2012년 들어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11년 11월 한 여자아이가 24시간 내에 몬스터 에너지 두 캔을 마시고 숨진 사건이 벌어지면서다. 소녀의 부모는 몬스터베버리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언론의 관심도 집중됐다. 몬스터 에너지뿐 아니라 다른 회사 제품과 관련한 사망 사고도 잇달아 터지면서 에너지음료에 대한 인식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급기야 색스 CEO는 2013년 미국 상원 통상·과학·교통위원회가 주최한 공청회에 불려가 질타를 받기까지 했다.

그가 택한 방법은 정면돌파였다. 그는 “몬스터 에너지에 들어가는 카페인은 약 160㎎으로 비슷한 크기의 스타벅스 커피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우리 제품은 안전하며 사망 사건과 몬스터 에너지를 연결짓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고 되받아쳤다. 에너지음료 업계 전반을 변호하면서 업계 구원자로 떠올랐다.

색스 CEO는 “지난 11년 동안 90억개가 팔린 몬스터 에너지를 포함해 지난 25년간 500억개의 에너지음료가 소비됐다”며 “에너지음료는 지난 수십년간 매일 매일 안전성과 관련해 검증받아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효과는 있었다. 여론의 공세는 약해졌고 판매량도 회복했다. 2012년 80달러에서 40달러대로 곤두박질쳤던 주가는 2013년 말부터 회복해 지금은 130달러대로 올랐다. 몬스터베버리지는 어떤 음료 회사보다도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 일반 탄산음료보다 높은 가격과 독특함으로 무장한 브랜드 인지도 덕분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0.3%였다. 코카콜라(21.1%) 펩시(14.4%) 닥터페퍼(19.3%) 등을 크게 웃돌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