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운영권을 놓고 국내 대표 그룹 오너들이 자존심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단순히 면세점 한 곳을 차지하고 뺏기는 문제가 아니라 그룹 전체의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 주도 아래 ‘통 큰' 결정을 했다. 85년 역사의 신세계 본점 명품관을 통째로 면세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

그동안 경쟁사들에 비해 면세사업에서 힘을 쓰지 못하다가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 지난해 김해공항 면세점, 올 2월 인천공항 면세점을 연이어 따낸 데는 정 부회장의 면세사업에 대한 확고한 방향성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정 부회장은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뒤 "우리는 백화점, 이마트, 프리미엄 아웃렛 사업 등을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유통 전문기업이기 때문에 역량은 가장 앞서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금까지 이번 면세점 입찰을 위해 별도법인 ‘신세계DF’를 출범시키는 등 각오가 남다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전격 제휴’를 맺고 면세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 회장과 이 사장이 직접 만나 ‘합작 카드’를 성사시켰다. 현대산업이 지난 1월 면세점 유치 계획을 발표한 뒤 정 회장이 먼저 이 사장에게 합작을 제안했다.

양 측 오너가 직접 움직인 만큼 면세점 사업 확보를 위한 노력도 적극적이다.

정 회장은 계열사 대표들과 가진 회의에서 “전 그룹 차원에서 시내 면세점을 지원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사장도 ‘글로벌 면세시장 빅3’를 목표로 면세사업 강화에 힘쓰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도 핵심 부지인 63빌딩을 면세점 부지로 선정했다. 김승연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유통 등 서비스사업 분야에서 어려운 환경을 딛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상생’에 초점을 맞춰 면세점 사업을 이끌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상생과 동반성장에 초점을 맞춰 면세 사업을 진행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모두투어와 서한사, 엔타스듀티프리, 에스제이듀코, 제이앤지코리아 등 중소기업들과 함께 합작법인 ‘현대DF’를 설립했다. 다분히 상생에 중심을 둔 행보다.

각 그룹 오너들이 전면에서 면세 사업을 지휘하는 만큼 사업권을 따낸다면 그만큼 오너의 능력이 돋보이겠지만 패배할 경우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야말로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상황이다.

한편 관세청은 서울시내 면세점 신청을 다음달 1일 마감하고 7월 중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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