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판 셜록 홈스'를 보고 싶다
도둑을 쫓아 현장을 뛰는 일을 검사에게 맡겨도 못할 리는 없겠지만 이 일은 일선 경찰이 하는 것이 마땅하다. 전문성에 기초한 업무의 적격(適格)한 지정과 수행이 생산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민간조사업(사립탐정) 도입에 관한 입법 추진 과정에서 경찰청과 법무부 사이의 관리·감독권을 둘러싼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민간조사업을 대표적인 신(新)직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따라 많은 이들이 관련업 취업이나 창업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윤재옥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경찰청을, 송영근 의원이 내놓은 법안은 법무부를 소관청으로 제시한 가운데 경찰청은 실효적 관리감독을, 법무부는 제도 운용의 투명성을 내세우며 자신들이 관할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입법이 표류하고 있다. 국무조정실까지 소관청 조정에 나선 지 1년이 지나고 있으나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관련업계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민간조사원 자격심사권을 갖고, 관리는 경찰에 위임하는 형태의 차선책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예는 세계 어디에도 없고, 상명하복 관계가 아닌 타 부처 간에 이뤄지는 위임사무의 속성상 그 관리가 형식적으로 이행돼 민간조사업이 도로 옛 흥신소 행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가 자격심사권을 갖되 관리·감독은 그 하급기관인 경찰이 행하는 상명하복의 기관 간 업무분장체계를 통해 제도 운용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백가쟁명식 대안은 자칫 ‘길을 두고 뫼로 가는’ 불편과 비효율을 감내해야 하는 새로운 문제점에 봉착할 수 있음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의 논쟁으로 볼 때 경찰청 또는 법무부가 단일화된 관할권을 갖는 것이 책임과 능률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어 보인다. 어느 부처가 탐정업을 관할하는 게 좋을지 국민은 이미 헤아리고 있을 것이다. 즉 민간조사원을 직업으로 안착시킨 선진국에서는 어떤 기관이 관리·감독을 해왔는지, 법률행위가 아닌 사실관계 파악을 업무의 요체로 하는 민간조사업의 정체성, 민간조사원의 일탈을 관찰하기에 용이한 조직편제와 정보력 등을 비교·분석해 보면 민간조사업이 어느 부처의 업무로 지정되는 게 합리적일지는 어렵지 않게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과 법무부, 두 관련 부처에 ‘결단을 내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해악’이라는 데카르트의 말을 전하고 싶다.

김종식 <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