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대낮 - 정지용(1902~1950)
대낮 정지용 (1902~1950)

참으로 외로운
낮이 왔네요

어린 소녀야
환영 속의
풀피리를 불어주지 않으련?

손끝에
파아-란 불이 붙는다
그대로 사라진다

외롭네요



예나 지금이나 외로움은 어떤 약으로도 치료하기 어렵습니다. 환한 햇빛과 많은 사람 속에 있어도 쓸쓸한 마음은 쉽게 위로할 수 없지요. 옛 시인이 느낀 그 마음 쉽사리 알 수 없어 벤치에 앉아 가만히 휘파람 불어봅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