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들, 값비싼 시험 응시료와 책값에 골병든다 … 대응책 알아봤더니
“숨만 셔도 돈이 나가는 것 같아요. 부모님한테 죄송할 뿐이죠…”

전공 수업은 모두 끝마쳤지만 지난 학기 대학 졸업을 유예한 최모 씨(25)는 현재 취업을 준비중인 일명 ‘취준생’이다. 그는 사설 영어학원에서 토익을 수강한 지 2개월이 됐다. 주 3회 수업의 한달 수강료는 교재비를 포함해 16만 원. 집에서 오픽 인터넷 강의도 듣고 있다. 오픽 인터넷 강의 수강료는 7만2000원이다.

그녀는 “한달 수강료 23만 원은 아무 것도 아니다” 며 “스파르타 반에서 집중 수업을 듣거나 중국어 수업도 같이 듣는 친구들은 한 달에 50~60만 원 가까이 든다”고 설명했다.

‘1개월 토익스피킹 완성반’을 기준으로 3대 대형 영어학원(해커스, YBM, 파고다)의 평균 수강료는 약 17만 원. 많은 수강생들을 거느리고 있는 해커스 영어학원은 강남역 9번 출구에 위치한 본관을 중심으로 한 블록을 사이에 두고 6개의 별관이 위치하고 있었다. 5별관 1층의 자습실에는 많은 수강생들이 모여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일주일에 한번씩 CJ E&M 면접 스터디 모임을 갖는다. 취업 카페에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 모임을 만들었다. 보통 카페에서 만나 1시간 정도 스터디를 한다. 카페가 아닌 스터디룸을 잡아서 하는 날이면 지출이 더 커진다. 한달 스터디 모임 비용은 약 4만 원.

한달에 들어가는 교재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학원에서 자체로 주는 교재 외에 혼자서 공부할 영어 단어책과 실전 모의고사 문제집, 대기업 인적성 문제집이 필요하다. 지난달에는 대기업 서류 지원이 몰려 교재비로만 15만 원을 썼다.

그녀는 “서류가 붙는다는 보장이 없지만 대부분 서류를 지원하고 인적성 준비를 바로 시작한다”며 “이번에 새로 산 대기업 인적성 문제집만 5권이 넘는다”고 말했다.

교보 문고 취업/수험서 섹션에 진열된 대기업 인적성 문제집은 평균 2만 원대였다. 같은 기업의 인적성 문제집이라 하더라도 출판사별로 가격이 상이하다. 공인 영어문제집도 비싼 건 마찬가지다. 토익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한권씩 갖고 있다는 ‘해커스 토익 Reading’은 1만8800원이다.

지난달 그녀는 토익과 오픽 두 가지 시험을 봤다. ETS주관의 토익 1회 응시료는 4만2000원이며 오픽 1회 응시료는 8만 원. 응시료로 12만2000원을 썼다. 오픽은 어떤 유형으로 시험이 나오는지 ‘맛보기’로 본 시험이라 다음달에 한 번 더 칠 생각이다. 토익은 950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좀처럼 점수가 좋지 않아 네 번째로 본 시험이었다.

지난달 집값과 생활비를 제외한 공인어학시험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약 54만4000원이었다. 월세와 생활비를 합하면 150만 원 가까이 들었다. 대학 재학 때 지출보다 더 많은 돈이 들었다.

그녀는 “삼성에 지원하기 위해 봤던 오픽은 삼성에서 주관하는 시험이란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보게 된다" 며 "응시료가 비싸도 점수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봐야하는 상황이 너무 싫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토익시험 응시료 환불 수수료의 적정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토익시험의 경우 정기접수 기간 이후 응시를 취소하면 시점에 따라 응시료 4만2000원의 40~60%를 환불해 주고 있다. 고득점을 받으려는 대다수 학생들은 보통 토익 성적이 발표나기 전 다음 시험을 접수한다. 성적이 나온 후 접수한 다음 시험을 취소할 경우 날짜에 상관없이 40% 밖에 환불 받지 못한다.

이에 대해 취업준비생 7명과 참여연대 등이 YBM을 상대로 응시료 환불을 요구하며 문제점을 제기한 것. 구직자들이 취업을 위한 방편으로 영어시험에 응시해 환불 문제와 여러 논란이 생기고 있다.

최근 한 영어 커뮤니티 카페에는 자신이 받은 오픽 점수 결과가 이상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이 예전에 본 오픽 시험에서는 IH가 나왔는데 이번 시험에서 NH를 받았다면서 인터넷 강의에서 알려준 고급표현을 썼는데도 NH를 받아 이해가 안 된다는 글이었다.

오픽은 NL, NM, NH, IL, IM, IH, AL의 순으로 등급이 매겨진다. NH는 ‘Novice High’의 약자로 ‘Novice’는 영어로 초심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글쓴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학생들은 한 둘이 아니다.

오픽의 주관처 크레듀 측은 “최근 NH를 받아 문의를 하는 사람이 많아 자사 홈페이지에 채점기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며 “어떠한 질문에 암기를 한 것처럼 답을 하면 감점 요인이 돼 NH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치른 시험은 규정상 환불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NH만 두 번 받았다는 강씨(26)는 스크립트를 암기했다는 이유로 NH를 받은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환불을 요구했지만 그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모국어도 아닌데 어떻게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하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며 "점수가 안나와서 이번에 삼성은 지원도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최근 SK, LG 등 대기업 중심으로 영어성적이나 수상경력보다 업무역량과 능력 등을 평가하겠다는 ‘탈(脫)스펙’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에 입사한 권익상 씨(27)는 자신의 부족한 스펙을 커버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많다고 말한다.

그는 토익이나 토플 같은 영어 공부를 따로 해본 적이 없지만 가고자 했던 금융권에 합격했다. "금융권에 들어가기 위해 7년 동안 경제신문을 꾸준히 읽었고 해당직무에 관련해서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해왔는지 나의 노력과 열정을 어필했더니 지원했던 서류는 거의 다 붙었었다“며 "남들이 다 갖고 있는 흔한 스펙이 아닌 지원하는 분야에 대한 자신만의 필살기가 준비되어있다면 취업 장벽이 그리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지혜 한경닷컴 인턴기자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