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기업구조조정 '원샷법'…'3대 알맹이' 빠져
정부가 기업의 사업구조 개편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하는 ‘사업재편지원특별법’(일명 ‘원샷법’)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핵심 지원책은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샷법 초안 발표가 임박했지만 주식매수청구권 예외 적용이나 지주회사 규제 완화, 세제 지원 등 3대 핵심 지원책은 관련 부처의 반대에 막혀 있어서다.

한·일산업금융법포럼은 오는 27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원샷법 관련 공청회를 주최한다. 기획재정부의 원샷법 연구용역을 맡은 권종호 건국대 법학대학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권 학장의 연구 결과는 정부가 마련한 초안과 다름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청회를 앞두고 원샷법 제정을 위한 부처 협의를 마무리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기업이 사업 재편에 나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상법·세법·공정거래법 특례로 지원하는 원샷법의 입법 절차를 올 상반기에 끝낼 계획이다. 대한상의는 적극 환영하며 원샷법에 포함돼야 할 과제 22가지를 건의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기업결합심사 단축이나 주주총회 간소화 등 절차적 편의를 제공하는 선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우선 상법상 주식매수청구권 예외 적용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기업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이 남용될 소지가 적지 않아 사업 재편 과정에서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합병을 추진했다가 주식매수청구가 몰리면서 합병이 무산됐다. 기업들은 상장사에 한해 주식매수청구권 적용을 예외로 해달라고 건의했지만 소관 부처인 법무부 등은 ‘주주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기재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질적인 세제 지원도 불투명하다. 업계는 사업 재편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적격합병·분할 기준 완화, 과점주주 간주취득세 폐지 등을 건의했다. 적격합병을 통해 과세이연을 받기 위해서는 거래가액의 80%, 적격분할은 100%를 주식으로 교부해야 하는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다. 또 간주취득세는 법인이 취득한 재산에 대해 해당 법인의 과점주주에게도 취득세를 내게 하는 것으로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제도다.

하지만 기재부 세제실(국세)과 행정자치부(지방세) 모두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세수 부족이 심각한 데다 비과세 감면 감축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주회사 관련 규제 완화도 대기업 특혜 논란을 의식해 제한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기업들은 자회사들의 손자회사 공동출자를 허용해야 사업 재편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공정거래법상에는 자회사가 손자회사를 설립 또는 보유하기 위해선 단독출자만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자회사 자금 여력이 부족해 공동출자가 불가피한 상황 등에 한해 지주사 규제를 일부 풀어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 '원샷법'

기업들이 인수합병(M&A) 등 사업 재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의 관련 규제를 특별법으로 한 번에 풀어주는 법. 정식 명칭은 사업재편지원특별법. 일본은 1999년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돕기 위해 ‘산업활력법’을 만들어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세종=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